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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분칠하기 바쁜 한나라당


"뉴 비전 보고서는 당에서 나만 보는 거 같다." 어느 한나라당 당직자의 말이다. 이 200쪽짜리 보고서는 한나라당이 중도좌파까지 포용하겠다며 만들었다. 복지확대ㆍ증세ㆍ남북대화강화 등 찬반을 불러일으킬 만한 내용이다. 하지만 당은 조용하다. 지난 19일 당 비전위원회는 당내 의원을 상대로 공청회를 열었지만 발제자끼리 2시간 동안 보고서를 읽기만 했다. 토론 시간은 단 한 의원만 의견개진을 했을 뿐 20여분 만에 싱겁게 끝났다. 내년 대선, 총선을 앞두고 당의 노선을 바꿨는데 선거를 치를 당사자들이 논쟁 한 번 벌이지 않은 셈이다. 한나라당의 시들한 분위기는 민생 대책 논의에서도 매한가지다. 21일 오전 열린 주택정책 당정회의. 정진섭 단장과 유일호 의원을 제외한 5명은 지역구 일정 등을 핑계로 오지 않았다. 지난달 16일 서민 주거 안정을 꾀하겠다며 출범했지만 그 동안은 백가쟁명(百家爭鳴)식 주장만 난무했다. 이날 회의에 가서야 전월세 상한제 부작용을 줄일 방안을 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첫 모임에서 줄줄이 자기 주장을 내놓던 의원들은 정작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할 때는 빠져 버렸다. 당이 복작거리는 곳은 따로 있었다. 이날 홍준표 대표는 정치홍보전문가를 뜻하는 스핀닥터(Spin Doctor)를 임명했다. 한나라당에 씌인 부자 정당 이미지를 벗겨 내겠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오전 주택정책 회의에 불참했던 최구식 의원이 스핀닥터로 임명됐다. 전날 홍 대표는 홍보기획본부장 등 53명의 당직자에게 임명장을 줬고 앞으로도 30~40명의 부대변인을 임명한다고 한다. 국민의 심판을 1년 앞둔 한나라당에 논쟁은 없고 감투만 넘치는 셈이다. 홍 대표는 늘 "분칠하는 스타일리스트는 대표 자격이 없다"고 말한다. 분칠하는 스타일리스트의 뜻을 정확히는 모르겠다. 하지만 '골치 아픈' 정책 논의는 없고 '손 쉬운' 홍보만 있는 정당에서 분칠한다는 느낌을 갖는 건 기자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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