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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1월 19일]'말을 잘 듣는' 은행이라고?
입력2009-01-18 16:47:43
수정
2009.01.18 16:47:43
[송현칼럼/1월 19일]'말을 잘 듣는' 은행이라고?
이종열 Pace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
글로벌 금융위기로 지구촌 어디에서나 비즈니스가 어렵다. 금융기관이 대출에 신중을 기하다 보니 자금줄을 풀어야 한다는 여론은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마찬가지다. 이명박 대통령이 은행들이 기업들의 자금 압박을 덜어줘야 한다는 얘기를 벌써 두번씩이나 했다. 흔한 일이 아니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도 여기에 동조하면서 자기 때도 “은행들이 말을 잘 안 듣더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신용경색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행정부의 대처는 너무나 차이가 난다. 미국에서는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TARP) 자금이 승인돼 그 중 절반은 사용처가 정해져 기본 구조가 괜찮은 금융기관에 유동성이 공급됐다. 재무부가 공급하는 TARP 자금 말고도 미 연방준비은행이사회(FRB)는 유동성 공급에 더욱 올인한 상태다.
1조달러가 안되던 FRB의 자산 공급규모는 벌써 2조달러가 넘었다. 나아가 FRB는 기업들에 대한 상업어음 매입까지 직접 해주는 전례 없는 조치를 취하기까지 했다. 금융기관들이 마음놓고 대출을 해주라는 취지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대출을 받아간 기업들이 부실화하면서 은행들의 대차대조표가 약해지고 엄청난 비율의 대손충당금 적립까지 쌓아야 하는 터라 선뜻 여신을 풀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도 금융기관의 자기자본 건전성을 확인하느라 국제결제은행(BIS) 자본비율 확충에 역점을 두고 연차 감사에서도 이를 중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ㆍ전직 대통령들이 나서서 은행을 공개적으로 탓하고 기업의 자금경색으로 인한 어려움을 시중 은행에 덮어씌우는 그런 예를 미국에서는 찾기 힘들다.
한국에서 은행을 ‘금융기관’이라고 부르는 것은 ‘관치금융시대의 유물’이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정부의 소유가 아니면서도 대중으로부터 예금을 받는 그 엄청난 공공성 때문이다. 자동차 ‘빅3’ 구제금융 과정을 보자. 금융기관에 지원했던 TARP 자금의 수십분의 일도 안 되는 액수를 지원해주면서 미국 의회와 행정부가 자동차산업에 대해서는 그렇게 까다롭게 굴었던 이유는 금융과 산업 자본의 근본적 성격차이 때문이다. 금융기관은 정부의 자금 지원이 잠시 머물러 있다가 결국에는 기업과 개인에 흘러가는 정거장이다.
한국은 정말 ‘말을 잘 듣는 은행’ 시대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가. 소위 관치 금융시대에 말 잘 듣는 은행이 경제와 사회 전체에 얼마나 해를 끼치고 얼마나 엄청난 액수의 국민 세금이 그 말 잘 듣는 은행의 부실을 뒤처리하느라 낭비됐는지 벌써 잊었는가. 그렇지 않다면 은행을 탓하기 전에 정부에서 먼저 은행이 탄탄한 대차대조표를 바탕으로 자신 있게 여신을 제공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은행도 돈을 그냥 틀어쥐고 있어서는 이익을 낼 수 없다. 여신은 그들의 비즈니스다. 말로만 자꾸 떠들지 말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 한다. 마음만 있으면 정부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너무나 많다.
한국도 이제는 좀 더 성숙한 정부를 가질 때가 됐다. 과거처럼 금융경제 주체들끼리 서로 책임전가만 하지말고 핵심 컨트롤 타워를 중심으로 위기가 오면 관련 책임자들끼리 플랜도 같이 짜야 한다. 여기서 결정된 방안은 재경부장관ㆍ금융감독위원장ㆍ한국은행총재 등이 한데 모여 기자회견도 같이 해서 일사불란하게 경제위기에 대처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야 한다.
경제에 대한 확신은 맨 먼저 시장 참여자들의 마음에서 온다. “아, 이 정부에서는 신용위기에 대처할 확신이 있고 정책으로 받쳐주는구나”하는 확신이 있어야 시장의 신뢰를 가져온다. 내 잘못이 아니라 은행들이 말을 안 들어 경제가 안 굴러간다는 푸념이나 늘어놓는 당국자들의 태도는 대학에서 가르치는 필자가 점수를 준다면 ‘C’밖에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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