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의 노란색 건물 리라초 뒤편에는 일제의 신사 터가 있다. 현재의 사회복지법인 남산원을 찾아 들어가면 입구 한구석에 돌로 된 수조가 보인다. '오테미즈야(御手水舍)'라고 부르는 것으로 보통 일본 신사의 입구에 설치돼 손을 씻고 마음을 가다듬는 용도다. 수조 한쪽 면에는 '세심(洗心)'이라는 글자가, 사진으로 보이는 쪽에는 기증자가 보인다. "소화9년(1934년) 9월에 아무개가 기증했다"는 내용이다. 오테미즈야 외에도 이곳에는 적지 않은 유구가 있다. 바로 1934년 세워진 노기(乃木)신사가 있던 자리다. 이 신사의 주인공은 '노기 마레스케'로 일본으로서는 러일전쟁의 영웅이자 1912년 메이지 천황이 죽자 자신도 할복자살한 인물이다. 죽어서는 일본식의 '군신(軍神)'이 됐다. 이런 노기신사가 서울에 세워진 것은 조선인도 본받으라는 의미에서였다. 이뿐만 아니라 남산에는 조선신궁과 경성신사 등 많은 신사가 있었다. 종교로서도 조선을 지배하고자 했던 일제의 욕심에 따른 결과다. 이들 신사유적은 한국인보다 일본인들에게 더 유명하다. 일본인 관광객의 필수 방문코스에 들어 있다는 여행업계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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