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M 기업설명회(IR) 담당자는 지난해 10월16일 증권사 애널리스트 20명에게 몰래 자사의 실적이 악화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애널리스트는 이 사실을 곧바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13명에게 전달했다. 이른바 CJ E&M 실적정보 유출사건이다. 이날 기관은 106만7,913주를 내다 팔아 손실을 회피했고 주가는 9.45% 급락했다. 수익률에 굶주린 '갑' 펀드매니저에게 기업정보로 영업을 해 주문을 따와야 하는 '을' 애널리스트가 불법정보를 배달한 증권가 빵셔틀이 일어난 것이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최근 애널리스트 4명에 대해 정직 3개월과 이에 더해 검찰에 고발하기로 처벌 수위를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많다. 우선 처벌기준이 제멋대로다. 정보유출자(IR 담당자)와 1차 정보수령자(애널리스트)만 처벌한다는 자본시장법 때문에 정작 애널리스트에게 빵셔틀을 시켜 배를 채운 펀드매니저는 면죄부를 받았다.
금융투자협회는 금융위로부터 처벌 받은 애널리스트에게 두 배의 제재를 취한다.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는 애널리스트는 총 9개월(금융위 3개월·금투협 6개월)의 정직을 받으면 빵셔틀을 한 죄로 사실상 직장을 잃는다.
애초에 빵셔틀은 20명이 했다. 처벌 대상이 된 4명은 남들보다 먼저 전화통화에 성공한 것이 빌미가 됐다. 때마침 통화 중인 휴대폰을 붙잡고 있던 16명의 애널리스트는 운 좋게(?) 법의 처벌에서 벗어났다.
1차 정보수령자에서 펀드매니저를 뺀 것도 온당치 못하다. CJ E&M은 전화를 돌리기 전날인 지난해 10월15일 몇몇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기업설명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기관투자가는 CJ E&M 주식 6만2,387주를 매도했고 주가는 4.12% 빠졌다. 악화된 실적정보를 미리 제공했을 개연성이 높다.
자조단이 기관투자가들의 불공정거래 짬짜미를 근절하겠다는 방향은 옳다. 다만 이왕 빼든 칼이면 크게 휘둘러야 한다. 무만 자르고 칼집에 넣었다가는 증권가 빵셔틀을 용인한 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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