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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모르핀' 투여 한다고 자영업 살아나나

다 죽어가거나 불치병에 걸린 환자에게 모르핀 주사를 놓는다고 살아나지는 않는다. 모르핀은 수명을 조금 더 연장해주거나 고통을 줄여주는 역할 밖에는 하지 못한다. 당장에는 효과가 있어 보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게다가 모르핀은 시간이 갈수록 효과가 약해져 더 강한 모르핀을 주입하거나 아니면 죽게 나둘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나라의 자영업이 딱 이 같은 모습이다. 정책 당국은 신음하는 자영업자들을 위해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얼마 안 되는 돈으로 수개월 내지 수년 수명을 연장할 순 있어도 그들이 자생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지는 못한다.

우리나라의 총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율은 28.8%.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4위고 일본ㆍ캐나다ㆍ미국 등 선진국보다는 2배 이상 높다. 한해 60만개 업소가 새로 생기고 58만개가 문을 닫는다. 자영업자 전체 소득은 월 평균 150만원이 안 된다. 한달에 100만원 못 버는 곳이 절반이 넘는다. 그만큼 시장은 과포화 상태를 넘어 구조조정이 필요한 위기 상태다. 사정이 이런데도 자영업자는 올 들어서만 40만명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 위기가 심각해지자 정치권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새누리당은 자영업자와의 토론회를 갖고 자영업 문제를 정책 최우선으로 삼고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전 중소기업청장을 지낸 이헌재 의원도 소상공인지원공단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관련 대책들을 보고 있자면 과연 정책당국이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불이 위험한지 모르고 뛰어드는 아이에게 소방복을 줄 것이 아니라 애초에 뛰어들지 말라고 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자영업 위기의 근본 원인은 무엇보다 시장 포화에 있다. 무조건적인 자금 지원으로 창업을 독려해야 할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오히려 점진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해야 하고 창업자를 위해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이 아닌가 싶다. 정책당국과 정치권에 좀 더 진정성 담긴 대책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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