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식시장의 조정은 끝난 것인가. 전통적으로 선진국 주식시장에서 9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12개월중 상승률이 가장 낮았고, 9ㆍ11테러를 비롯해 대형 사고들이 터진 것도 9월이었다. 이런 우려를 뒤로 한 채 올해 9월은 쾌조의 스타트를 기록했다. 지난 주 세계 주식시장의 화두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독일 주식시장. 경제 회복이 기대되는 상황에서도 그 동안 일본에 비해 오르지 못했던 것을 보상 받기라도 하듯 인상적인 상승을 펼쳤다. 둘째는 유가. 각국의 전략비축유 방출을 계기로 유가가 70달러를 넘보던 상황이 마무리되며 주식시장에 힘을 실어 줬다. 미국은 3대 지수가 모두 상승했다. 주간으로는 유가 하락과 금리인상 중단 기대가 본격화됐던 주초반에 크게 상승한 후 후반에 휴식기에 들어가는 양상이었다. 거시 지표는 혼조 양상을 보였다. ISM 서비스 지수가 예상치를 크게 넘어서 미국 경제가 견고함을 입증해 준 반면, 2ㆍ4분기 생산성은 잠정치에 못 미쳤다. 종목별로 최대 규모의 리콜 계획을 앞둔 포드자동차와 1ㆍ4분기 순익ㆍ매출이 전망치를 웃돈 내셔널세미컨덕터의 상승이 돋보였다. 유럽은 인수합병과 실적 호전을 재료로 상승장을 이어갔다. 인수합병 재료가 시장을 선도한 곳은 영국이었다. 독일의 E.on이 인수를 고려 중이라는 발표로 유틸리티 업종인 스코티시파워가 상승을 선도했다. 독일은 구조조정과 실적 호전을 바탕으로 주간으로 3%가 넘는 강세를 기록했다. 종목별로 공격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할 예정인 폭스바겐과 상반기 순익이 31% 증가한 보험업체 악사가 상승을 주도했다. 실적 호전은 프랑스 증시로도 이어졌다. 내수 소매와 기업, 투자은행의 부분에서 상반기 순수입이 증가한 크레디 아그리콜이 6% 이상의 급등세를 기록했다. 아시아에서는 유가하락과 차익실현 매도가 충돌했지만 무난히 한 주를 마감했다. 일본 주식시장은 인텔의 실적발표와 중의원 선거라는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조정세가 지속됐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6주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으로 철강, 은행 등 내수 관련주를 중심으로 차익실현이 쏟아졌다. 대만 주식시장은 반도체 시황 회복으로 전자부품 수출액이 증가함으로써 기술주로 매수세가 유입됐다. 특징적인 종목은 AU 옵트로닉스로 8월 매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홍콩은 차익실현으로 반락했다. 태풍 카트리나로 인해 미국의 인플레 위험이 가중될 수 있다는 시키고 연방은행 총재의 발언으로 은행과 부동산주를 중심으로 매도가 확대되는 양상이었다. 세계 주식시장이 힘을 내고 있다. 유가 상승이 아직은 선진국 경기 둔화를 초래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이 무서운 것은 인플레를 유발해 금리 상승과 소비 둔화를 가져오는 경우다. 아직은 이런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과거에 비해 선진국들이 유가 상승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커졌기 때문인데 미국 기업의 경우 유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기업이 10%, 유럽은 15%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세계 주식시장은 이번주에도 조심스러운 상승을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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