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불공정행위는 어떤 경우라도 눈감아줄 수 없는 일이다. 공정위의 말대로 일상적 활동이거나 불공정행위가 포착됐다면 조사는 당연하다. 하지만 감사원이 부처에 사전통보도 하지 않고 '4대강 부실공사'를 발표한 데 이어 공정위가 4대 그룹에 확대경을 들이댄 것은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럽다. 새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거나 경제민주화를 강조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코드에 맞추기 위한 움직임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공정위가 분산될 위기의 전속고발권을 방어하기 위해 동시조사에 착수한 것 아니냐는 재계의 항변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부처마다 박 당선인의 눈에 들기 위해 앞뒤 안 보고 '일하기 경쟁'을 펼치는 판국이다. 오죽하면 여당 의원 입에서 "소통을 너무나 열심히 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올까. 여기에 객관적이고 냉철한 잣대를 가지고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사정기관까지 끼어든다면 그 폐해는 국민경제에 전가되기 마련이다. 힘을 보태줘도 부족할 기업을 '코드 맞추기'의 대상으로 삼는 행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부디 의혹이 의혹에 그치기를 바랄 뿐이다.
정권교체기에 정부의 행동 하나하나는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하물며 경제민주화가 화두로 떠오른 지금 사정기관의 움직임이야 말해 뭘 하겠는가. 한달 뒤면 정부가 바뀐다. 새 정부가 순조롭게 출범할 수 있도록 업무를 마무리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이다. 참외밭에서 신발끈을 매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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