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공원 내에 있는 한성백제박물관을 들어서면 거대한 흙벽이 관람객들을 맞는다. 바로 풍납토성 성벽의 단면이다. 한성백제 시대의 토성을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풍납토성에서 직접 떼 온 것이다.
밑변 길이는 43m, 높이는 11m로 왼쪽이 성 안쪽이고 오른쪽이 바깥쪽이다. '1차'가 처음 쌓은 성벽이고 '2차' '3차'가 이후 증축한 부분이다. 교란층은 성벽이 무너지면서 위에서 흘러내린 흙이 쌓인 층을 말한다. 지금은 없어져 성벽높이를 추정해 발굴 후 보태 넣은 윗부분은 색깔이 다르게 표시됐다.
이를 보면 흙으로 만든 성벽이라고 해서 결코 허술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고구려에 의한 한성함락(475년) 후에도 1,500여년을 버틴 것이 지금의 형태다. 백제인들은 이런 구조물을 쌓아 도시를 방어했다. 발달된 토목기술은 한강 등 하천이나 김제 벽골제 등 저수지 제방에도 적용되면서 농업생산력을 비약적으로 높였다. 백제가 성장할 수 있는 물적 토대였던 셈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