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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 13년. 태종이 신하들에게 말했다. "숲이 울창하면 새가 깃들고, 수면이 넓으면 물고기가 노닐며, 여러분의 인의가 두터우면 백성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따를 것이오. 사람들은 한결같이 재앙을 두려워하여 피할 줄은 알지만 인의를 행하면 재앙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치는 모르고 있소. 인의의 준칙은 항상 마음속에 기억하여 그것을 계속 발전시키는 것이오. 만일 잠시라도 마음이 나태해지면 인의로부터 멀어질 것이오. 이것은 음식물이 육체에 영양이 되는 것과 같이 언제나 배가 불러야만 생명을 보존할 수 있소." 정관 10년. 위징이 상소를 올려 말했다. "신은 나라를 다스리는 기본은 반드시 덕행과 예의에 기대야 하고 군주를 보장하는 것은 성실과 신용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성실과 신용이 확립되면 아래의 신하들은 두 마음을 가질 수 없고 도덕과 예의가 형성되면 먼곳에 있는 사람들이 바른데로 돌아올 것입니다." 정관정요(貞觀政要)는 역대 중국에서 가장 큰 제국을 이뤘던 당나라, 그 중에서도 '정관의치(貞觀之治)'라는 태평성대를 이룬 당태종 시기의 일을 사관인 오긍(吳兢)이 기록해 정리한 정치토론집이다. 조직 운용과 리더십의 기본 원칙을 충실하고도 자세하게 담고 있는 동양 고전으로 평가받아 왔다. 태종 이세민의 제위시기는 627년부터 649년까지 24년에 달한다. 당태종과 신하들이 나눈 이야기를 조목별로 정리했다. 당태종과 그를 보좌한 명신들의 행보를 다룸으로써 조직이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기 위한 원리와 리더의 자질을 엿볼 수 있다. 신하가 말을 해도 왕은 그 속성상 탐탁지 않게 여기게 마련이고 결국 간언은 줄어들어 나라는 멸망의 길에 들어서는 것을 막지 못하게 된다. 당태종은 그 일차적 책임은 올바른 간언을 할 수 없도록 한 군주에게 있다고 말한다. 그 다음에야 신하로서의 책무를 논할 여지가 생긴다는 것. 태종은 순임금과 요임금을 모범으로 삼아 자신에게 조언할 수 있는 신하들을 항상 가까이 두려 했다. 군신간의 토론에서 오는 건강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는게 역자의 평이다. 정관정요는 주로 군신 간의 문답 형식으로 진행된다. 경전의 어구들도 자주 인용된다. 총 10권 40편으로 구성됐으며, 군주가 갖춰야 할 도리와 정치의 근본에 관한 논의, 어진 관리의 임명과 간언의 중요성, 군주와 신하가 거울로 삼아야 할 계율, 관리 선발, 봉건제 등을 다루고 있다. 또 태자와 여러 왕들을 경계시키는 내용, 절약과 사치, 겸양 등을 말하고 있다. 유학ㆍ문학ㆍ역사는 물론 백성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농업ㆍ형법ㆍ부역ㆍ세금 등도 논하고 있고, 정벌과 변방 안정책, 군주의 순행이나 사냥 등에 있어 신중해야 할 점까지 거론하고 있다. 당나라 선종은 이 책의 내용을 병풍에 써서 널리 읽히도록 했으며, 금나라의 세종은 각본으로 펴내어 권장했다고 한다. 일본의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애독해 일본 통치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참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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