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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정부혁신의 딜레마
입력2006-07-10 17:56:47
수정
2006.07.10 17:56:47
국민공감 하는 개혁해야 성공··· 조직정비·가시적 성과 보여야
조지프 A 슘페터(1883~1950)가 혁신(innovation)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경기순환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슘페터는 획기적인 기술 진보와 생산조직의 개선, 신제품 개발과 새로운 시장 개척 등과 같은 기업가의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를 경기순환의 원천으로 보았다.
무한경쟁시대인 오늘날 기업 현장에서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 걸린 절체절명의 과업이다. 끊임없이 도전해오는 경쟁자들로부터 시장을 지켜야 하고 수시로 변하는 고객들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서비스 개선에 사운을 걸고 있다.
참여정부가 출범 당시 행정개혁이나 쇄신이라는 말 대신 ‘혁신’이라는 용어를 선택한 데도 변하지 않으면 정부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배어 있었다. 역대 정부의 실패한 행정개혁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각오도 엿보였다. 정부혁신의 요체는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참여정부는 고객중심의 성과 지향적인 공공서비스를 창출하기 위해 행정구조와 업무 프로세스, 일하는 방식 등 행정 전반에 걸친 혁신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여왔다. 가시적인 성과도 적지않았지만 정부혁신의 목표에 비춰보면 현재까지는 역대 정부의 실패한 개혁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우선 정부혁신에 대한 국민의 만족도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행정자치부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국민 대다수가 정부혁신이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고 있으며 혁신 성과에 대한 체감도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경쟁력 순위가 지난해에 비해 오히려 떨어졌다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발표도 ‘혁신피로증’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을 채근하고 있지만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한 혁신은 다음 정권에서 결코 지속될 수 없다. 혁신이 당위성 차원에서만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이제부터 혁신의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국민이 정부혁신을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가 지금까지 주로 내부 시스템과 혁신 인프라 구축, 일하는 방식의 개선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라는 정부 당국의 해명도 일리가 있다. 대부분의 국민은 정부혁신 하면 부정부패 척결이나 정치개혁, 일자리 창출 등을 떠올리기 때문에 참여정부가 지난 3년간 추진한 과제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정부혁신에 대한 국민의 기대수준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혁신 성과가 정책과 서비스의 변화로 나타나는 데는 시차(time-lag)가 존재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정부혁신에 국민이 소외되고 그 성과를 느끼지 못한다면 혁신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구호만 요란했던 정부혁신이 공무원 속으로 내재화하고 정책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혁신 추진 체계를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가 혁신을 기획하고 로드맵을 작성했다면 혁신의 성과는 정부 부처의 집행을 통해 구체화되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위원회 정부’의 틀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
청와대 정책실과 혁신관리수석, 정부혁신위, 행정자치부의 정부혁신본부, 기획예산처, 중앙인사위원회 등에 산재해 있는 혁신업무를 소관 부처에서 관장하도록 역할 조정과 관리체계의 정비가 필요하다.
실제로 144개의 로드맵 과제 가운데 100개를 각 부처에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부처의 실천력이 가시적인 성과와 직결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위원회에 매달릴 때가 아니다.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를 통한 혁신의 성과는 새로운 제품과 시장 개척으로 나타나듯이, 정부혁신이 ‘파괴’로만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고객인 국민이 공감하는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역대 정부의 실패한 행정개혁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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