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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FTA 서두르기에 앞서

내년 말까지 협상을 마친다는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다른 나라와는 달리 일본과의 FTA에 따른 산업적ㆍ경제적 영향은 엄청날 것이라는 점에서 업계는 물론 정부차원에서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통해 협상안을 마련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FTA가 상호 경제적으로 득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산업과 경제에 상당한 충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국내 산업과 경제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경제적 이득을 극대화하는 방향에서 협상안을 마련하는 것이 과제라 할 수 있다. FTA는 협정 당사국간 교역에 대한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철폐함으로써 자유무역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누리자는 것이다. 이런 취지의 FTA는 이미 세계적인 조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난 해 처음으로 칠레와 FTA를 체결함으로써 그 동안 FTA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면에서 이웃 일본과의 FTA는 양국간 교역증진은 물론 동북아경제권의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큰 의의를 지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내 산업이 과연 일본과의 FTA에 따른 충격을 흡수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산업별로 입장이 크게 엇갈리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이 마련한 품목별 시장개방 양허안에 대한 업계의 반응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사정을 반영하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기업ㆍ중소기업을 포함한 1,522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KIET 양허안을 수용하겠다는 업체가 28%, 관세철폐 유예기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업체가 54.4%, 관세철폐 유예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업체가 17.6%인 것으로 나타났다. KIET의 양허안은 대일 수입규모가 크고 적자가 큰 품목일수록 관세인하 유예기간을 길게 잡는 방향에서 마련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동차ㆍ전자ㆍ석유화학 등 수출비중이 높은 주력산업일수록 일본과의 FTA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주력산업일수록 일본과의 FTA를 통해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더 크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산업의 경우 한일FTA가 체결되는 경우 일본 자동차 및 부품의 수입은 급증하는 반면에 국내 자동차 및 부품수출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자산업의 사정도 비슷하다. 결국 핵심기술ㆍ브랜드이미지ㆍ마케팅능력 등에서 일본보다 취약한 산업일수록 타격이 클 것임을 의미한다. 주력산업과 중소기업 등 취약부문에 대한 충분한 평가와 보완책을 강구하는 것이 한일 FTA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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