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용 경색의 화근인 미국의 모기지 채권시장이 패닉에 빠지고 있다. 채권 금융기관들이 채권 신용도와 관계 없이 자금 회수(마진 콜ㆍ담보가치 하락에 대한 추가 증거금 요구)에 나서면서 채권 부도를 낳고 이는 채권 투매와 채권 가격 하락을 부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기관의 모기지 채권 회수는 미국의 집값 가격 하락으로 모기지 채권 가치가 떨어진 것이 1차적인 요인이지만 추가 상각 처리를 앞둔 금융기관들의 유동성 확보 조치도 이런 악순환에 기름을 붙고 있다. 금융기관의 마진 콜은 우량ㆍ비우량 모기지 채권을 불문하고 무차별로 진행되고 있다. 부도 위험이 높은 서브프라임 채권은 말할 것도 없고 차상위인 알트에이(Alt-A)와 프라임, 나아가 미 재무부채권(TB)에 버금가는 신용도를 지닌 국책 모기지 기관 발행 채권도 투자자의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량 모기지 채권까지 부도날 수 있다는 불신이 장기화하면서 미국의 모기지 시장 자체가 붕괴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모기지 채권시장이 붕괴될 경우 신용 경색과 주택 시장의 침체는 더욱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모기지 시장에 대한 구제금융을 투입하자는 미 정치권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와 단기 유동성 공급과 같은 대증 요법으로는 주택 가격이 오르지 않는 한 모기지 시장의 부실 뇌관을 제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량 모기지 채권에 대한 월가 금융기관의 불신은 UBS의 알트에이 채권 매량 매각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폭발했다. JP모건체이스는 6일(현지시간) UBS가 추가 상각 처리에 대비,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266억달러어치의 알트에이 채권을 매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UBS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관련 투자손실로 유럽계 은행으로는 가장 많은 184억달러를 이미 상각처리했으며 수십억달러의 추가 상각 처리가 불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최근 집중적인 마진 콜에 시달렸던 손버그모기지는 결국 담보 부족분을 채우지 못하고 2,800만달러의 부도를 냈다. 손버그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몇 가지 전략을 짜고 있다”고 해명했으나 RBC캐피털마켓은 “파산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마진 콜은 채권 담보가치가 95% 이하로 떨어지면 행사하며 채무자는 추가로 담보를 설정하든지 아니면 원금을 조기 상환해야 한다. 손버그모기지가 보유한 알트에이 채권 가치는 10~15%가량 하락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소재 켄싱턴투자그룹의 이안 골트라 채권전략가는 “시장은 알트에이를 서브프라임과 같이 취급한다”고 말했다. 채권에 대한 극단적 불신은 패니매와 프레디맥 등 양대 국책 모기지기관이 발생한 채권도 예외가 아니다. 칼라일그룹 산하 칼라일캐피털은 페니매와 프레디맥이 발행한 모기지 채권에 대한 마진 콜에 응하지 못하고 부도를 선언했다. 칼라일캐피털은 217억달러의 국책 모기지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팀 본드 바클레이스캐피털 채권전략가는 “모기지 채권을 투자하는 플레이어 사이에 최고등급 채권까지 불신이 퍼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