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의 방향성에 큰 영향을 미칠 실적 시즌이 다가왔다.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증시는 이번 주 발표되는 미국 주요 은행들의 실적에 따라 ‘울고 웃는’ 한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금융주들의 실적이 ‘안 좋을 것’이란 사실은 이미 주가에 반영이 됐다며 예상보다 좋을 것인지, 더 나쁠 것인지 여부에 따라 주가가 출렁거릴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증시는 실적에 따라 출렁일 듯= 지난 주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전주 대비 0.82% 오르며 8,000선을 지켰다. 주초반 7,700선까지 무너졌던 다우존스 산업지수가 상승반전 할 수 있었던 것은 금융주들의 실적상승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4위 은행인 웰스파고의 올 1ㆍ4분기 순이익이 30억 달러로 추산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금융위기가 끝이 보인다’는 기대감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번 주에는 14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 17일 씨티그룹 등 미국 대형 금융주의 실적발표가 예정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업체의 실적이 웰스파고의 경우처럼 ‘깜짝 호전’으로 나올 경우 증시는 랠리를 이어가겠지만 예상처럼 나쁜 것으로 밝혀지면 ‘쉬어가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석진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 증시는 실적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장세가 이어질 것이다”며 “미국 S&P500 기업들의 1ㆍ4분기 실적은 전년동기 대비 36%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데 실제 발표에서 당초 추정치보다 좋은 수준을 보이면 상승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석진 연구원은 “실적이 예상치에 못 미치면 증시는 현 수준에서 소폭 떨어지는 선에서 쉬어가는 과정을 거치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금융주들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실적 악화가 서로 상쇄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적에 따른 호재가 있어도 차익 매물은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채수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단기 상승폭이 컸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번 주에는 차익매물이 꾸준히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전반적으로 분위기는 나쁘지 않을 것 같지만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중국 증시는 숨고르기 가능성=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10일 2,444.23포인트까지 오르며 전고점을 돌파했다. 정부 정책이 꾸준히 투자심리 개선에 힘을 발휘하고 있고, 미국 은행 주의 긍정적인 실적 전망 소식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가 연초부터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숨고르기 시점이 됐다는 의견이 많다. 이석진 연구원은 “시장에서 중국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가 상승세로 돌아섰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더 두고 봐야 한다”며 “경기가 개선됐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소비 부문 등을 더 살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 이 연구원은 “중국 증시에 대해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시각은 있지만 쉬어가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며 “다만 유동성 장세는 시장의 기대보다 더 오르는 경향이 있어 간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채수호 연구원도 “최근 중국 증시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차익 매물 실현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머징마켓 증시는 미국과 동조화 현상 보일 듯= 브라질, 러시아 등 이머징 증시는 올들어 주요 선진 증시보다 크게 상승하며 휘파람을 불고 있다. 원유 및 원자재 수요가 증가하고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완화되며 증시 투자심리가 개선됐다. 그러나 이번주 이머징 증시는 미국 증시의 등락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주요 이머징 증시와 미국 증시의 동조화 경향이 커졌고, 미국 금융주의 실적 발표는 전 세계 증시의 거대 이슈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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