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서민 대출 합리화와 책임 경영을 위해 대출모집인을 축소 또는 폐지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하라고 시중은행에 강력히 요청했기 때문이다.
일부 은행은 대출모집인을 자사 사업부로 편입하는 등 내부 통제를 강화해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올해 전북은행, 경남은행 등 지방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은행의 대출모집인을 축소 또는 폐지하고 내부 유휴 인력을 활용해 대출업무를 시행하도록 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의 지도에 따라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지난해 9월,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은 10월부터 대출모집인을 통한 신용대출을 전격 중단했다. 하나은행도 대출모집인을 쓰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우리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의 대출모집인을 대부분 정리했으며 연내 대출모집인 의존도가 가장 큰 지방은행과 외국계은행도 손을 볼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이런 방침은 은행 대출모집인의 폐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은행이 자사 직원에게 대출업무를 맡기지 않고 자영업자인 대출모집인을 통해 고객을 끌어들임으로써 대출금리가 높아지고 불완전 판매에 고객 정보까지 유출되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점이 고려됐다.
지난해 3분기 은행 신용대출 모집인 수수료는 한국씨티은행이 2.74%로 가장 높았고 한국SC은행(1.98%), 전북은행(1.24%), 경남은행(1.17%) 순이었다. 이런 수수료가 결국 고객의 대출 금리에 전가된 셈이다.
최근 한국SC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은 대출모집인을 통해 고객 대출정보 13만여 건이 유출돼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은행권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는 사상 최대 규모였다.
대출모집인의 세력화도 우려되는 점이다. 보험설계사가 10만여명에 달해 집단화되면서 불완전판매와 수수료 관행을 고치지 못한 것처럼 은행 대출모집인도 현 상태로 방치하면 걷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은행 대출모집인은 2012년 말에 5,100여명에 달했으나 지난해 말에 시중은행이 대출모집인 제도를 전격적으로 중단하면서 3,000여명 수준까지 줄었다. 올해 지방은행과 외국계은행도 대출모집인을 축소 또는 폐지하면 1,000여명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은행 대출모집인이 대출시장에서 사라지는 셈이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나머지 은행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한국SC은행은 대출모집인을 통한 신용대출 연체율이 높다는 판단 아래 올해 대출모집인을 대폭 줄일 방침이다. 지난해 9월 말 737명에 달했던 대출모집인이 11월에 85명까지 줄었고 올해는 아예 폐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SC은행 관계자는 “대출모집인을 예전처럼 많이 팔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장기적으로 줄이는 게 맞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최근 대출 모집인 조직을 아예 자사 은행으로 흡수했다. 대출 판매 전문 자회사인 씨티금융판매서비스를 청산하고 한국씨티은행에 합친 것이다. 대출모집인 인력도 지난해 9월 1,300여명에서 현재 1,000여명 수준으로 줄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대출모집인을 없애기보다는 관리 통제를 강화해 적법하게 영업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면서 “대출모집인 인력 규모도 최근 줄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올해 은행 뿐만 아니라 보험, 저축은행, 캐피탈, 대부업 등의 대출모집인을 불건전 영업을 집중적으로 단속할 계획이다.
대출모집 수수료가 5% 이내로 제한된 대부업 대출모집인의 영업 행위, 불법 대출중개수수료 편취, 대환 대출 사기, 허위·과장 광고, 개인정보 오남용이 집중 점검 대상이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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