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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네 탓'은 이제 그만!
입력2006-02-22 17:07:56
수정
2006.02.22 17:07:56
삼성그룹이 한숨을 돌린 모습이다. 정부와 정치권, 검찰, 시민단체와 여론의 압박 등 사면초가의 처지에서 일단 벗어났기 때문이다.
상황 반전은 사태의 모든 책임을 ‘내 탓’으로 돌리고 거기에 걸맞은 조치를 취함으로써 가능했다. 불법 대선자금, 변칙증여를 통한 경영권승계 등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행위임에 틀림없다.
참여정부는 '투덜이 정부'
다른 데도 아닌 한국의 간판기업이자 세계초일류를 지향하는 삼성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편법이었지 불법은 아니라는 주장에서 보듯 법적으로는 죄를 묻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러니 삼성으로서는 억울해 할 만도 하다.
‘조기숙(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 버전’으로 하자면 ‘이건희 회장과 삼성은 21세기 경영을 하고 있는데 국민들은 아직 사농공상(士農公商)의 낡은 인습에 젖어 기업을 매도하고 있다’고 핏대를 세울 법도 하다. 그러나 삼성은 잘못을 반성한다며 고개를 깊이 숙였다. 여론은 우호적으로 변했다. 낮은 자세의 내 탓은 이렇게 ‘짐으로써 이기는’, 그래서 서로를 편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틀 뒤면 참여정부 출범 3주년을 맞는다. 여기저기서 평가가 쏟아지고 있지만 후한 점수는 찾아보기 어렵다.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바닥을 기고 있으니 이상한 일도 아니다. 평가는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그렇다 치자. 정말 실망스러운 것은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리며 끊임없이 편가르기를 하는 무책임한 자세다.
잘되면 내 탓, 잘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 정부의 네 탓은 유별나다. 정치든 경제든 잘못되는 것은 남 때문이다. 과거정부, 야당, 대기업, 언론, 배운 사람과 가진 사람, 심지어 ‘국민의 무지몽매’를 탓하는 데까지 나갔다. ‘투덜이 정부’(박효종 서울대교수)라는 말이 정말 실감난다. 참여정부는 경제난과 부동산투기가 DJ정부의 신용카드와 부동산정책 탓이라고 강변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틈만 나면 들먹이는 것은 집권세력의 바른 자세가 아니다. 전 정부 탓을 하자면 YS정부로부터 거덜난 경제를 물려받은 DJ정부가 훨씬 더 할 것이다. 그래도 DJ는 핑계보다 자기 할 일에 온 힘을 쏟았다.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야당, 불순한 목적으로 경제위기론을 조장한다는 언론과 일부 재벌 등도 참여정부의 주요 핑계 대상이다. 지난 총선에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힘을 몰아달라는 여당의 호소에 국민들은 전폭적 지지로 응답했다. 그런데 살기가 좋아졌는가? 야당의 발목잡기는 핑계였음에 다름 아니다.
양극화 현상도 부자 등 기득권층 때문이라는 게 청와대의 진단이다. (청와대 홈페이지 ‘비정한 사회, 따뜻한 사회-양극화 시한폭탄, 이대로 둘 것인가’.) 양극화 문제 해결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런 식의 접근은 해결은커녕 오히려 문제를 꼬이게 만들 뿐이다. 역대 정부 중 현 정부만큼 분배와 양극화 해소를 외치고 힘써온 정부는 없다.
그럼에도 소득격차를 나타내는 소득5분위 배율이 지난 99년 이후 최악을 기록하는 등 개선은커녕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문제의 실마리를 정책의 방향과 효과에서 찾아야지 엉뚱하게 남 핑계를 댈 일이 아니다. 하긴 ‘대통령은 21세기에 살고있는데 국민들은 독재시대의 리더십을 요구한다’며 국민 탓까지 했던 판이니 기득권층을 몰아대는 것쯤이야 대수로운 일이 아닐 듯도 싶다.
사회 통합의 리더십 보여야
네 탓 타령은 사람의 심성을 사납게 만들고 계층간 갈등을 부추겨 사회통합을 저해한다. 정부와 정책의 신뢰성도 떨어뜨린다. 참여정부의 낮은 지지도는 남 탓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좋은 말도 여러 번 들으면 싫증나는데 툭하면 책임을 떠넘기는 게 좋게 받아들여질 리 없다. 자라나는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라도 네 탓이 계속돼서는 곤란하다. 부모가, 선생이, 국가지도자들이 걸핏하면 핑계를 대는 모습에서 아이들이 뭘 보고 배우겠는가. 참여정부에 남겨진 시간도 많지 않다. 그 기간만이라도 내 탓의 자세를 보고싶다면 무리한 기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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