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25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8%에서 3.1%로 대폭 하향 조정하면서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해 '15조원+α'의 나랏돈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함께 밝혔다. 사실상 2%대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은 성장률을 추경으로라도 방어해 3%대를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정부의 정책 의지를 꺾으려는 것은 아니지만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장밋빛 경제 전망→성장률 대폭 하향 조정'이라는 시나리오가 재연됐음에도 통렬한 반성은 여전히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동안 "올해 경제성장률을 3%대 초반으로 예상한다"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발언도 결국 추경 효과를 전제로 했던 것이라는 게 이날 발표로 확인됐다.
추경 편성 과정도 의문투성이다. 이날 정부는 추경 규모만 공개하고 "개별 사업은 추후 논의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대상 사업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 투입에 따른 성장률 제고 효과를 계산했다는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어디에 돈을 쓸지 정하지도 않고 총액을 먼저 정하는 것은 일의 순서가 거꾸로 된 것"이라고 지적한 것은 백번 옳은 말이다.
기획재정부 내 예산 및 재정 라인에서도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있는데도 돈이 안 도는 상황에서 무슨 추경이냐, 결국 정책라인만 좋은 일 시키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추경이라는 긴급 처방을 통해서도 경제를 회생시키지 못할 경우 결국 재정 건전성만 악화시켰다는 화살을 기재부 전체가 온몸으로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반복해서 추경 카드를 꺼냈다. 추경 편성으로 성장률 제고 효과가 나타났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국가부채 증가, 금융 시장 영향 등 후폭풍도 적지 않았다. 추경은 미래 세대의 빚을 미리 당겨 쓴다는 점에서 최대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실현 가능성보다 희망을 담은 장밋빛 성장 전망, 세수 결손에 대한 사과와 반성 없는 추경은 성장률 사수만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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