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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사회갈등 관리시스템 만들자


인간을 본래 '갈등적 존재(Homo Conflitus)'라고 일컬을 정도로 사회 내에 존재하는 갈등은 불가피한 긴장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측면이 있다. 미국의 사회학자 루이스 A. 코저는 유기체론적 입장에서 적정한 긴장이 사회 에너지를 활성화하고 균형을 유지해 사회발전을 촉진하는 기능을 한다는 점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이 현실에서 성립하려면 사회갈등의 관리와 원활한 조정이 가능해야만 한다. 갈등을 관리하고 조정하는 사회의 총체적 역량이 부족하면 갈등 표출이 사회시스템의 병리나 모순을 드러내 치유하고 해소하는 과정으로 진입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 증폭과 분쟁의 상시화로 이끌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구조적 균열 정도 OECD 국가 중 3위에

주지하다시피 한국사회는 산업화ㆍ민주화ㆍ정보화가 초단기에 진행되면서 급격한 사회변동을 경험했다. 이 과정에서 사회구성원의 삶의 조건이 근본적으로 변화했으며 분쟁을 유발할 수 있는 구조적 균열 요인이 누적돼왔다. 사회를 구성하는 집단ㆍ조직ㆍ제도 사이의 상호관계에서 긴장과 분쟁을 초래하는 구조적 균열 요인을 5개로 범주화하면 민족ㆍ종교갈등, 계층갈등, 노사갈등, 지역갈등, 세대갈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필자가 최근에 수행한 연구에 의하면 한국사회의 구조적 균열 정도는 OECD 30개국 중 12위권에 해당한다. 균열 정도가 높은 정도에 따라 순서를 따지면 계층갈등, 노사갈등, 지역갈등, 세대갈등, 인종ㆍ종교갈등 순이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민족ㆍ종교갈등이 크게 노출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서 구조적 균열의 범주에서 민족ㆍ종교갈등을 제외하고 국제 비교를 진행해보면 한국사회의 구조적 균열 정도는 OECD 국가 중 3위로 상승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것은 우리나라에서 경제사회적 측면에서의 균열 정도가 상당히 높다는 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비록 현 시점에서는 다민족ㆍ다종교 국가에서 주로 관찰되는 민족ㆍ종교갈등의 수준이 낮고 전통적 미덕과 가족주의로 인해 세대갈등이 제어되고 있지만 다문화 사회와 고령화의 진전 속도를 감안하면 앞으로 민족ㆍ종교갈등, 세대갈등과 관련된 측정 지표 추이도 부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어 경각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선진국의 평균 수준을 상회하는 경제사회적 균열을 잘 조정하지 못하고 향후 상승할 가능성이 있는 사회문화적 갈등을 예방하는 데도 성공하지 못한다면 미래 한국사회의 구조적 균열 수준은 자칫 현재 수준을 넘어설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갈등현실에 대한 고민이 반영돼 갈등관리시스템을 착근하고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제도 현실을 살펴보면 사회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 조정할 사회적 메커니즘 진화가 지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파른 경제사회구조의 변동과 사회갈등 증가에 비해 이에 대응하는 국가적 차원의 관리 역량과 시민적 관용 수준의 제고가 미진하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국가 관리역량과 시민적 관용 키워야

실제로 국가능력과 정부의 관리기술, 사회적 응집력과 관용의 총체로서의 갈등관리 역량을 정치적 조정, 시장제도의 합리성, 사회통합, 문화적 관용, 법ㆍ제도 기반의 공고성을 기준으로 국가 간 비교분석을 통해 측정한 결과,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27위에 불과해 구조적 균열이 심화되거나 분쟁화하는 것을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갈등관리 역량의 모든 부문에서 지표가 평균 수준을 하회하고 있어 규제 협상의 세련화, 조정의 섬세화, 정책신뢰 구축, 소통 활성화 등을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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