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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찾아간 동부이촌동 일대 아파트 주변의 분위기는 조용하기만 했다. 전략정비구역안 발표에 이어 용산민족공원 개발안까지 구체화됐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지난 1월 서울시가 한강변 전략정비구역인 여의도ㆍ이촌ㆍ합정지구 세 곳의 개발 밑그림을 제시한 후 여의도나 합정지구에서 기부채납 비율이나 구역 축소 조정 등 개발 조건을 둘러싸고 연일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아직 주민설명회 및 공람이 진행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전략정비구역 지정이 이 지역 주민들에게는 큰 장점으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촌1동 아세아중개업소 관계자는 "여의도나 압구정처럼 통합 개발되는 게 아니라 개별 단지별로 재건축이 진행되니 주민들이 큰 관심이 없다"며 "대부분이 소형의무비율 건축을 피해가기 위해 1대1 재건축을 진행하기에 일반 분양 물량이 거의 없고 이 경우 용적률이 올라간다 한들 분담금이 크게 줄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구체화된 용적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인근 연세부동산 관계자는 "한강맨션의 경우 한강변 전략정비구역안이 나오기 전에도 최소한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돼 200%의 용적률은 받을 수 있었다"며 "기부채납 25%를 조건으로 279%의 용적률을 받는다 한들 실제 이익은 10여% 더 늘어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최고 50층까지 올려 지을 수 있는 혜택에 대해서도 "층수가 높아지는 건 좋지만 고층 아파트를 짓게되면 건축비도 오른다"며 "대부분이 1대1 재건축이라 조합원 분담금이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곳 집주인들의 관심이 재건축으로 자산을 증식하는 것보다 오히려 외국인 렌트를 통한 수익에 초점이 맞춰진 것도 또 다른 이유다. 동부이촌동 지역은 예전부터 일본인 거주자가 많아 '리틀 도쿄'라는 별칭까지 붙을 정도로 외국인 렌트가 활발하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용 84㎡ 기준으로 월 200만~250만원의 렌트비를 받을 수 있다"며 "높은 월세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으로 접근하는 투자자가 오히려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 등으로 현재 동부이촌동 재건축 아파트의 거래는 활발하지 않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개발 계획이란 건 30~40대 젊은 층에서야 관심을 갖는데 이 지역 아파트들은 여유자금이 10억원은 있어야 할 정도로 금액이 커 젊은 층이 접근하기 힘들다"며 "다만 지난해 말 9억원 이상 고가주택 취득에 대한 50% 세제 감면 혜택이 종료되기 직전 급매물이 대부분 소화돼 가격은 많이 회복된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한강맨션 89㎡는 지난해 말 11억5,000만원선까지 빠졌다가 금융위기 전인 12억5,000만원~13억원까지 회복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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