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부터 미국 워싱턴DC에서 이틀간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 회의와 11~12일 개최되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를 앞두고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기싸움에 불이 붙었다.
신흥국들이 국제공조를 도외시한 미국의 출구전략으로 금융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고 비판하자 미국은 중국 등 신흥국의 통화약세 유도로 세계 경제 회복세가 지연되고 있다고 역공을 폈다. 이번 G20회의에서 '글로벌 경제회복을 위해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한다'는 데는 합의하겠지만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내놓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재무부 고위관리는 이날 G20회의 및 IMF총회 주제를 설명하는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이 아직도 환율시장에 개입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올 들어 위안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2.5% 하락했다.
이 관리는 "최근의 위안화 약세가 중국이 시장결정적 환율체계에서 후퇴한 증거라면 이는 심각한 우려를 낳을 것"이라며 "다른 많은 신흥국들도 완전한 변동환율제를 실시하지 않은 채 글로벌 경제회복을 방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 그는 "유럽은 디플레이션 위험을 피하기 위해 경기부양 조치를 더 강화해야 하고 일본은 지나친 재정긴축을 피해야 한다"며 다른 선진국의 정책도 비판했다.
하지만 이강 인민은행 부총재가 지난달 "앞으로 위안화 환율은 점점 더 시장에서 결정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밝힌 후 중국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은 크게 줄어들었으며 최근의 위안화 약세는 중국 경기둔화의 영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 때문에 미국이 워싱턴 전투를 앞두고 선제공격 차원에서 신흥국은 물론 유럽·일본 등에 위협사격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이번 미국 측의 경고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관심을 줄이기 위한 작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흥국들은 지난 2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미국 역시 '회원국은 신중한 조정과 명확한 소통을 거쳐 통화정책을 편다'는 내용의 공동 선언문에 합의했지만 구두선에 그쳤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날 라구람 라잔 인도 중앙은행(RBI) 총재는 영국 더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연준 등 선진국의 통화정책은 극단적"이라며 맹비난한 뒤 "최근 선진국의 움직임은 지난 위기에서 아직 교훈을 얻지 못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외국인 자본의 '집단심리'로부터 개도국을 보호하기 위해 안전망 구축 등 국제공조가 시급하다"며 "세계 금융구조의 획기적 개선이 없다면 위기가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신흥국의 불만에도 연준의 마이웨이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제임스 불러드 미국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준이 현행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속도를 바꾸면 오히려 시장에 혼란만 초래할 것"이라며 "글로벌 통화정책 공조가 필요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시각차가 명확하게 드러나면서 이번 G20에서도 세계 경제 부양을 위한 눈에 띄는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올 2월 회원국들은 투자확대, 노동참여 제고, 무역증진, 경쟁촉진 등 구조개혁을 통해 5년 뒤 회원국의 성장률을 지금보다 2% 이상 끌어올리기로 합의했다.
로이터는 이날 회원국들이 제출한 향후 계획에 대한 평가서 초안을 사전에 입수해 "2%포인트 성장률 제고라는 야심 찬 목표에 비해 각국의 구조개혁 노력이 불충분하다"며 "회원국들이 마감일인 5월2일까지 성장전략을 더 구체화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회원국들이 마련한 성장전략은 IMF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심사를 거쳐 9월 G20 재무장관회의에 제출된 뒤 11월 정상회의에서 승인될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유럽 등 선진국의 통화정책도 주요 주제다. 특히 연준 테이퍼링의 '스필오버(spill over·일부 국가의 정책이 다른 나라로 파급되는 부작용)' 효과에 대한 논의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G20 고위관리는 로이터에 "출구전략 이후에 대한 여러 시나리오가 제출될 예정"이라며 "재무장관들이 부정적 시나리오에 주목할 경우 논의가 격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미국 때문에 신흥국 지분을 늘리는 IMF 쿼터 개혁안이 지지부진한 데 대한 반발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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