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과학자인 스티븐 울프램은 오래된 공상과학영화에 등장하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컴퓨터처럼 뭐든지 척척 대답해주는 검색엔진을 만들고 싶었다. 그는 대학원 수준의 수학 문제를 입력해도, 역대 대통령이 궁금해도 즉답을 내줄 수 있는 검색엔진을 상상했다.
그리고 그의 상상은 현실이 됐다. 애플이 아이폰4S에 탑재한 음성인식 소프트웨어 '시리(Siri)'는 울프램이 만든 검색엔진 '울프램 알파'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울프램 알파는 단순히 검색어와 관련된 정보를 나열하는 게 아니라 이용자가 뭘 궁금해하는지 콕 집어 보여준다. 예를 들어 '한국의 대통령은 누구'라고 물으면 이명박 대통령의 이름과 생년월일, 취임연도뿐만 아니라 역대 대통령 정보까지 연대기순으로 정리해 보여주는 식이다.
또 시리에 입력한 문장은 울프램 알파를 통해 모르스 부호로 변환시킬 수 있다. 또 토끼나 고양이의 학명도 즉각 대답해준다. 이처럼 다소 '쓸데없어 보이는'기능도 포함된 이유는 울프램이 사업적인 관점에서가 아니라 자신의 상상을 구현하기 위해 울프램 알파를 창조한 덕분이다. 그는 10대 시절에 영국의 이튼스쿨과 옥스퍼드에 잇따라 입학했지만 '강의가 지루하고 형편없다'며 중퇴한 괴짜이기도 하다.
울프램으로부터 우리가 배워야 하는 건 천재에게 멍석을 깔아주는 방법이다. 지난해 우리 사회는 스티브 잡스의 '신화'에 열광했지만 전세계 곳곳에는 정규교육과 안정된 직장 없이 자신의 기량을 어떻게든 펼쳐내고야 마는 천재들이 수두룩하다. 꼭 잡스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이런 인재들이 특히 눈에 띄어야 할 국내 정보기술(IT)업계에는 인재는 온데간데 없고 '불편한 진실'뿐이다. 열정 넘치는 얼굴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명하다가 6개월, 1년쯤 지나 연락이 끊기는 개발자들이 기자 근처에도 벌써 여럿이다. 외국 대학에서 공부하고 10년간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했다는 인재들도 국내에서는 거의 성과를 낸 적이 없다. 한 벤처기업가 출신의 IT기업 임원은 "우리 회사는 훌륭한 사람들을 뽑아다 바보로 만드는 데 능하다"며 혹독한 자아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국가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에게도 이 같은 자아비판이 전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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