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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

"한·미 FTA 효과, 6~7월이면 체감할 수 있을 것"



수입품 선적·하역·분산 등 거쳐 시장 들어오는데 3~4개월 걸려

한·EU FTA 효과 없다는 주장은 유럽위기 특수성 고려 안 한 것

中과의 자유무역협정 속도 조절… 이번 정권서 매듭지을 생각 없어…
콜롬비아·터키와 FTA 적극 추진


박태호(60ㆍ사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효과가 이르면 오는 6~7월이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 FTA가 지난 15일에 발효됐지만 관세혜택을 받는 수입품목이 선적ㆍ하역ㆍ분산 등의 절차를 거쳐 시장에 들어오려면 약 3~4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면서 "미국 경제가 좀 나아지면 6~7월께는 한미 FTA 효과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본부장은 최근 제기되는 한ㆍ유럽연합(EU) FTA의 실효성 논란에 대해 "유럽 재정위기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아직 효과를 판단하기는 이르다"면서 "오히려 FTA 체결 후 유럽 기업의 국내 직접투자가 늘어나는 등 긍정적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중 FTA는 이번 정권 안에서 무리하게 매듭지을 생각이 없다"며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뜻도 내비쳤다.

박 본부장은 지난 19일 서울 세종로 통상교섭본부 집무실에서 한미 FTA 발효 이후 국내 언론사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서울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한미 FTA의 파급효과와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재협상, 다른 국가들과의 FTA 추진일정 등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지난한 시간을 거쳐 15일 한미 FTA가 발효됐다. 이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과연 한미 FTA의 효과가 언제쯤 나타날지에 쏠리고 있다. 그동안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다양한 전망들이 쏟아져나왔지만 말 그대로 예측에 불과했다. 앞으로 예정된 경제수치들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한미 FTA 초반의 성공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다. 박 본부장도 이 같은 상황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한미 FTA의 효과에 대해 아무리 말로 설명하거나 전망치를 내놓아도 소용이 없다. 눈으로 드러나는 실제적인 지표가 중요하다"며 "미국 경제가 좀 더 회복된다면 탄력이 붙어 한미 간 교역은 분명히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현재 한미 간 교역규모는 연간 1,000억달러 정도로 한ㆍ유럽 교역규모와 엇비슷하다"면서 "6~7월 즈음에 둘 사이의 변화된 교역규모를 비교 제시하면 국민들도 한미 FTA의 효과를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한미 FTA의 순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발효된 한ㆍEU FTA가 기대만큼의 수출증대 효과를 가져오지 못하면서 이 같은 시각은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박 본부장은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럽재정 위기라는 특수한 상황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6~7개월간 유럽 27개국 무역규모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수입은 더한 반면 수출은 줄었습니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가 유럽 국가들의 수입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이를 두고 한ㆍEU FTA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는데 사실 FTA가 체결되지 않았어도 이 같은 현상은 벌어졌을 것입니다. 오히려 FTA 발효 이후 관세가 떨어진 품목에서 양국 간 교역은 더 증가했습니다. 관세혜택만 놓고 보면 FTA의 효과는 확실합니다." FTA 효과와 성과에 대한 그의 신념은 남달랐다.

그는 "한ㆍEU FTA 발효 이후 솔베이∙유미코 등 유럽 기업들이 국내에 직접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조만간 한국에 투자하는 기업들이 무슨 기업이고, 어떤 형태로 투자하고, 고용창출은 얼마나 하는지 등을 정리해 공개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다시 한미 FTA로 화제를 돌려 ISD 재협상 시기를 물었다. 박 본부장은 "현 시점에서 '언제 하겠다'고 시기를 못박지 않았다"면서 "다만 FTA 발효 후속조치로 ISD 재협상을 진행할 서비스투자위원회를 미국 측과 90일 이내에 만들기로 한 만큼 그 안에 우리 측 입장을 착실하게 준비해나가면 된다"고 답했다. 일부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ISD 조항 폐기와 관련해서는 "ISD의 기본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주장이며 국익에도 맞지 않는다"며 폐기는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ISD는 FTA 협정에서 양국 간의 투자자를 보호해주는 보편적인 제도입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를 사법주권 침해와 같이 논의의 장을 좁히다 보니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한미 FTA를 처음 추진했던 노무현 대통령 때도 이 문제가 논쟁됐지만 FTA 전체를 뒤집을 만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 계속 진행했던 것입니다. 현 협정문은 당시의 우려를 반영한 협정문입니다. 이번 ISD 재협상은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기본취지를 인정하는 가운데 혹시 해석상의 잘못 등 우리가 간과한 부분은 없는지 살펴보는 자리이지 ISD의 폐기 여부를 논의하는 자리는 아닙니다다." 그의 말에는 배짱과 뚝심이 배어 있었다.

박 본부장은 이르면 6~7월께 지표상으로 한미 FTA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 국내 소비자들이 미국산 수입품의 관세 철폐∙인하 혜택을 누리는 데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소비재시장을 장악한 국내 기업들이 관세인하만큼 가격을 내릴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또 수입물품이 소비자에게 가기 전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유통구조도 문제다.

이에 대해 박 본부장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공정거래위원장이 한미 FTA의 관세인하 혜택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독점적 유통구조를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안다"며 "이는 앞으로 공정위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위상도 그만큼 강화될 것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국내 소비시장이 크지 않은 점도 있겠지만 대기업이 생산ㆍ유통ㆍ수입 등을 계열사로 거느리며 장악하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수입을 하더라도 자기네 상품과 경쟁관계에 있는 것은 제외할 것입니다. 게다가 복잡한 유통단계로 관세인하 프리미엄마저 사라지면 소비자들만 피해를 입게 됩니다. 공정위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그의 지적은 날카로웠다.



그는 "소비재가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우리나라는 10%로 15~17%대인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면서 "우리나라의 백화점에서도 여러 나라에서 들어온 수입물품이 서로 경쟁해야 가격도 낮아지고 그만큼 국내 소비자의 선택권도 넓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소비자들도 눈을 똑바로 뜨고 같은 물건인데 왜 국내 것과 외국 것이 차이가 나는지 비판적으로 따져보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FTA 체결로 기대할 수 있는 가격인하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국민들도 현명한 소비패턴을 보일 필요가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최근 농민단체들의 거센 반발로 진척이 더딘 한중 FTA에 대해서는 속도조절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중 FTA 개시를 위한 국내 절차도 아직 끝나지 않은 만큼 무리하게 밀어붙일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은 거대 국가이고 지리적으로도 가까운 나라이기 때문에 FTA도 신중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협상 측면에서 볼 때 이번 정부 안에서 끝내기는 힘들고 다음 정권이 협상을 이어받을 때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는 주변 여건을 만드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 FTA는 크게 두 가지 원칙을 갖고 진행할 생각입니다. 한미 FTA처럼 서비스ㆍ투자ㆍ지적재산권ㆍ규범 등이 다 포함되는 포괄적인 FTA를 추진하되 상품의 경우에는 민감ㆍ초민감 분야에 대해 특별 배려를 할 계획입니다. 특별 배려는 협상대상 제외, 관세인하 기간 연장, 특별세이프가드 적용 등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양국 정상 간에 합의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농수산물이나 취약한 중소 제조업에 대해서도 특별 배려를 할 방침입니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입니다. 현 정권에서 끝낸다는 생각은 절대 없습니다." 한중 FTA에 대한 청사진과 로드맵을 만들어놓고 정해진 일정과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묻어났다.

현재 우리나라가 FTA를 체결한 국가는 미국과 EU 27개국을 포함해 총 44개국에 이른다. 일본을 제외한 거대 경제권과 대부분 FTA를 체결했거나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재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국가는 콜롬비아와 터키다.

"콜롬비아는 남미로 들어가는 교두보입니다. 중남미에서 브라질ㆍ멕시코 다음으로 큰 나라입니다. 아직은 연간 교역규모가 19억달러로 작지만 충분히 공략할 만한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터키의 경우에는 3월 안에 상품 분야의 FTA 협상을 끝낼 계획입니다. 양국의 교역규모는 60억달러로 우리의 수출이 52억달러로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터키가 제조업 분야를 희생하면서까지 우리와 FTA를 체결하기를 적극 희망하는 상황이어서 순조롭게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거대 시장을 가진 선진국과의 FTA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만큼 다른 국가들과의 협상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 본부장은 2010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체결한 인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본부장은 "2009년만 해도 90억달러에 불과했던 양국 간 교역이 CEPA가 발효된 지 3년이 지난 현재 200억달러를 넘어섰다"면서 "하지만 인도 경제규모를 고려할 때 교역규모는 더 확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구 11억5,000만명의 거대 소비시장이자 국내총생산(GDP) 규모 세계 4위를 자랑하는 인도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인도는 CEPA 체결 이후 일부 품목의 경우 관세를 더 낮추는 등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다"면서 "앞으로 인도와의 CEPA를 더욱 업그레이드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평적 소통 중시 젊은 직원과 자주 토론

■ 朴 본부장은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은 주위의 친한 사람들에게 자신을 '무미건조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좋아하는 운동이라고는 동네 주변의 야트막한 산을 오르거나 공원을 걷는 게 전부다. 그렇다고 술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남들의 기준으로 봐도 재미없는 사람이 분명하다. 게다가 겉모습도 온화한 인품의 선비풍이어서 왠지 가까이 다가가기에는 어려워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를 잘 아는 주위 사람들은 박 본부장만큼 사람들과 대화 나누는 것을 좋아하고, 특히 젊은 사람들과의 소통을 즐겨 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박 본부장은 지난 1997년 대외경제연구원 부원장을 그만둔 뒤 서울대 국제대학원으로 옮겨 후학 양성에 힘을 쏟았다. 통상교섭본부장에 임명된 지난해 말까지 늘 학교에서 젊은 사람들과 함께 부딪히며 생활했다. 국제무역 분야에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문가이지만 호기심 많은 젊은 학생들과도 논쟁 벌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통상교섭본부장에 취임한 후에도 토론을 좋아하고 젊은 사람들에 허물없이 다가가는 모습에는 변함이 없다는 게 주위 사람들의 전언이다. 통상교섭본부 안에서도 시간이 날 때마다 젊은 사무관ㆍ서기관들과 업무와 관련한 자유로운 토론을 즐기는 편이다. 상명하달이 아닌 수평적인 관계에서 각자의 의견을 교류하고 거기서 해답을 얻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지난 2월 말에 열렸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공청회였다. 당시 공청회는 FTA를 반대하는 농민단체들의 단상 점거로 회의가 수차례 정회되는 등 파행을 겪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시 공청회를 '파행으로 얼룩진 반쪽 회의'로 기억하지만 박 본부장은 그 자리를 끝까지 지켰다. 혹시나 한중 FTA에 대해 궁금해 하는 젊은 학생들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늦은 오후 끝까지 남아 있던 한 대학생이 한중 FTA에 대해 우려 섞인 질문을 했고 박 본부장은 그 학생의 이름을 직접 챙기면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평소 젊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습관이 몸에 배지 않고서는 힘든 일이다. 그의 한 측근은 "박 본부장이 스스로를 무미건조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겸손의 표현"이라며 "국제무역 분야에도 밝고 젊은 사람들과의 소통에도 능한 그가 통상교섭본부장을 맡게 돼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 약력

▦1952년 부산 ▦1975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1983년 위스콘신메디슨대학교대학원 경제학박사 ▦1994~1997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1998~2002년 외교통상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2002~2003년 서울대 국제지역원 원장 ▦2006년 서울대 국제대학원 원장 ▦2007년 지식경제부 무역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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