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CEO&Story] 고경찬 벤텍스 사장

다들 고어텍스 매달릴때 '세상에 없는 섬유' 고민

1초만에 마르는 드라이존으로 업계 놀라게했죠




창업 초 日서 잡상인 취급받다 시연 통해 10억 자본 유치까지

반짝 아이디어 곧바로 제품화… 발열·냉감섬유 등 잇따라 개발

이젠 다기능성 헬스케어 주목… 의학지식 위해 대학원서 '열공'


세상에 없는 섬유를 만들어 보겠다는 청운의 꿈을 품었던 한 사내가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전투기에 올라탔다. 무기는 넘쳐났지만 무엇 하나 혼자 결정하고 추진할 수 없다는 사실에 사내는 대형 전투기를 벗어나기로 했다.

작은 전투기를 스스로 장만해 조종하려 했으나 주변의 여건이 좋지 않았다. 가격 대비 최고의 성능을 자랑했지만 혼자 만의 자부심으로 그쳤다. 돌이켜보니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겠다며 전투기를 장만하고도 그는 모방을 하고 있었다. 그는 다시는 모방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강소기업을 만들자는 것.

그의 제1 경영원칙 '모세(謀勢)'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작은 전투기로도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리고 적의 전투기로 싸우자는 결론을 내렸다. 적과 손을 잡고 적이 가진 자원을 내 것처럼 활용하자는 전략이다. 이것이 제2 경영원칙 '차세(借勢)'다.

사내는 여기까지는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다고 여겼다. 어떻게 하면 머물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을까 고민했다. 사내는 상상력을 동원해 가지고 있는 무기의 기능을 재해석하고 활용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3 원칙 '용세(用勢)'다.

손자병법 13편 중 5편에 나오는 모세(謀勢)-차세(借勢)-용세(用勢)는 기능성 섬유 벤처기업 벤텍스의 기업철학을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단어들이다. 10일 서울 잠실 벤텍스 본사에서 만난 고경찬(54·사진) 벤텍스 사장은 "모든 기능성 섬유업체들이 도전하는 고어텍스류의 투습방수 소재 개발에 매달린 대신 수분의 이동을 한 방향으로 차단하는 섬유 개발에 매달렸고 이것이 오늘의 벤텍스를 있게 만들었다"고 창업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모두가 사양산업이라고 꼽는 섬유산업을 첨단 미래 산업으로 재도약시키는 데는 벤텍스처럼 핵심 기술을 가지고 끊임없이 변신하는 강소기업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1초 만에 마르는 섬유' 드라이존을 개발했던 2005년 당시 고 사장은 이토추·마루베니 등 일본 굴지의 종합상사를 쫓아다니며 판로개척에 나섰다. 잡상인 취급을 받으며 쫓겨나기를 수차례. 결국 "3초 안에 감동시키겠다"는 호언장담을 한 끝에 미쓰비시 상사에서 PT 기회를 얻었다. 이 자리에서 45분이 지나도 수분이 남아 있는 경쟁 제품과 1초 만에 수분이 사라진 드라이존을 비교하며 미쓰비시와의 일본 내 독점 거래는 물론 10억원에 달아는 자본 유치까지 성공했다.

그는 "촉감을 소리로 경험할 수 있도록 수분측정기를 직접 만들어 갔는데 드라이존에 물을 뿌린 후 수분측정기를 댔을 때는 조용했던 기계가 경쟁사 제품에서는 1시간 가까이 경보음을 냈다"며 "당시 광고 예산조차 없는 강소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소비자가 직접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신념을 다시 한 번 굳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금도 고 사장은 스스로 벤텍스 섬유연구소의 연구원을 자처할 만큼 소재 아이디어를 내고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발전시키는 데 가장 적극적이다. 매일 밤 잠이 들면 7~8번씩 일어나 머리맡에 놓은 메모장에 꿈속에서 떠오른 아이디어를 적는다. 매주 주말 두 차례씩 산에 오르는 것 역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다. 벤텍스의 핵심 기술인 △냉감 섬유 아이스필 △발열섬유 히터렉스·메가히트 △나노 드라이 섬유 드라이존 △생체활성화섬유 파워클러 등은 이렇게 탄생했다.

그는 2009년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유기소재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것도 모자라 올해 중앙대 대학원 의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고 논문 학기를 남겨두고 있다. 고 사장은 "아토피 치료 섬유, 지방분해 섬유 등으로 섬유와 바이오를 접목한 소재 개발에 나서면서 직접 의학지식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도 대학원에서 배운 지식을 바이오 섬유 소재개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국내외 굴지의 기능성 섬유 회사들에 비해 벤텍스는 덩치도 작고 후발주자지만 단 한 번도 정면승부를 피하지 않았다. 고 사장은 "내가 타깃으로 한 시장이 레드오션이 됐다고 블루오션으로 갈 것이 아니라 레드오션에서 정면 승부에 나서야 승산이 있다"며 "시장이 포화상태라고 할 때도 유니클로에서 히트텍이라는 스타 상품이 나온 것처럼 스타는 레드오션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벤텍스의 발열원단 히터렉스를 적용한 폴햄의 플리스 자켓은 출시 한 달 만에 30만장이 팔리며 완판 신화를 이뤘다.

그는 정보기술(IT)이 산업 융복합화에 이바지한 것처럼 섬유 역시 이종산업과 결합해 무궁무진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벤텍스가 바로 산증인이다. 의류용 기능성 섬유를 만들던 벤텍스는 지난해 오리·거위털을 대체할 세계 최초의 광발열 부직포 '솔라필'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또 골프 등 야외활동 때 얼굴에 부착하면 보습·미백 효과는 물론 자외선 차단 효과까지 누릴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스포츠 마스크팩을 개발해 올해부터 판매에 돌입한다.

특히 올해 브라질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앞두고 대형 마트를 통해 페이스페인팅 물감이나 스티커를 대체할 수 있는 자외선 차단 마스크 패치를 시판할 예정이다. 이미 프로야구 시즌 개막을 앞두고 한화이글스에 자외선 차단 패치를 공급하기도 했다. 고 사장은 "기존의 휴대폰에 IT 융복합을 통해 스마트폰을 만들어낸 것처럼 원사를 뽑고 실을 짜서 만든 원단에 후가공을 통해 새로운 기능을 더하면 의류부터 의약품·생활용품·생산장비까지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 무궁무진해진다"고 설명했다.

그간 벤텍스는 아웃도어용 섬유 개발에 집중했지만 고 사장은 일찌감치 아웃도어시장의 성장 둔화기가 머지않았음을 감지하고 패션·캐주얼 업체로 고객사를 확장했다. 올 초에는 골프웨어 업체 슈페리어, 셔츠 브랜드 예작 등을 보유한 패션업체 우성I&C와 MOU를 맺고 각각 골프웨어와 와이셔츠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기능성 섬유를 공동 개발하고 납품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학생복·아동복 등 의복은 물론 건축용 블라인드, 가구, 생활용품 등으로 벤텍스의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제품 범위를 넓히고 있다.

액체 상태의 스프레이를 옷에 뿌리면 땀을 냉원이나 열원으로 쓸 수 있게 하거나 신체 에너지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전용 스프레이 개발을 이미 마쳤고 연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그는 "사계절 같은 종류의 군복을 입어야 하는 군인들도 더울 때는 아이스필 스프레이(냉감)를, 추울 때는 솔라필 스프레이(발열)를 뿌리고 행군으로 지쳤을 때는 파워클러 스프레이를 분사해 피로를 풀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중소기업은 판로를 뚫거나 제품을 생산할 때도 남의 전투기를 빌려 타야 한다는 것이 고 사장의 지론이지만 지난해에는 경기도 포천에 처음으로 생산설비를 마련했다. 자체 생산설비를 갖추고 더 많은 물량의 주문을 맡아달라는 고객사들의 요구에 응한 것이다.

지난해 말 완공된 공장 2개 동에 각각 협력사를 입주시켰고 현재 풀가동되고 있다. 제1공장에서는 신체 컨디션을 최상으로 올려주는 신체활성화 섬유 파워클러와 광발열 섬유 히터렉스를 생산하고 제2공장에서는 1초 만에 마르는 섬유 뉴드라이존과 체열반사를 통해 온도를 높이는 메가히트RX를 생산한다. 하반기에는 남은 부지를 활용해 광발열 충진재 솔라필 생산 공장도 지을 예정이다. 공장이 완공되면서 벤텍스의 기술이전사업 역시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이 생명인 회사인 만큼 특허경영에도 적극적이다. 32건의 특허출원을 비롯해 벤텍스는 100여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컬럼비아와 특허분쟁을 벌이던 중 컬럼비아의 특허를 무효시키는 1심 소송을 승소하며 '골리앗을 이긴 다윗'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창사 이후 10여년간 등록된 특허만 69건에 달할 정도로 벤텍스는 연구개발(R&D) 중심의 첨단 기능성 섬유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며 "지난해 12월에는 섬유업계 최초로 산업은행의 IP담보대출을 통해 드라이존·메가히트 등 5개 특허권에 대해 4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았고 최근에는 산업은행 기술금융부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며 밝게 웃었다.

벤텍스는 이르면 내년 말 상장 계획도 가지고 있다. 고 사장은 "내년말 상장을 목표로 올해부터 우리사주조합 결성 등 모든 준비를 마칠 계획"이라며 "올해 제품 라인업 다변화와 수출 확대로 매출액이 400억원대로 올라서면서 늦어도 2016년에는 코스닥 상장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니컴퍼니'가 벤텍스 성장동력… 팀장이 CEO 역할

영업·인사·경영전략 등 각 부서를 별도의 회사처럼 운영


자율성 강화, 교육에 대한 투자, 직원들과의 소통은 벤텍스의 인재경영을 설명하는 세 가지 키워드다. 고경찬 사장은 직원들의 업무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공평하게 분배하는 게 오너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직원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되 모든 책임은 오너가 떠맡아야 한다는 게 고 사장의 철학이다.

회사 내에 일종의 독립채산제 형식으로 운영되는 8개의 미니컴퍼니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영업·인사·경영전략 등 기존에 있던 부서를 하나의 회사로 인정했다. 덕분에 이제는 팀이 아니라 펀생폼사, 브이 솔루션 등 고유한 이름을 가진 회사로 변신했다. 기존의 팀장은 사장이 되면서 예산을 직접 집행하는 권한도 부여받았다.

관리·영업·연구 등 각 부서 특성에 맞게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도 개발 중이다. 고 사장은 이러한 제도를 통해 모든 직원들이 스스로 회사의 주인의식을 갖게 된 것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성과가 좋은 팀장에게는 더 큰 권한을 줄 예정이다.



이와는 별로도 각 부서에서 차출된 직원들이 한데 모여 아웃도어팀과 캐주얼팀 등 두 개의 힐링캠프를 만들었다. 디자인·연구파트·영업 등 주요 부서 직원들이 다 모인 만큼 자유롭게 원하는 대로 제품을 만드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들은 과거에 바이어들에게 원단만 판매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벤텍스의 4대 코어 기술을 종합한 완제품을 만들고 세일즈에 나섰다. 바이어 손에 곧바로 쥐어 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자는 취지에서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기존 아웃도어 위주에서 벗어나 이마트 등 유통사와 지센 등 패션브랜드의 다양한 바이어들과 협상에 성공하면서 3개월 만에 30만장의 신규 계약을 따낸 것.

중소기업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교육에 대한 투자도 두드러진다. 고 사장은 1년에 7~8번 직접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의에 나선다. 외부 강사 교육도 일 년에 5~6회 이상 진행한다. 직원들은 이를 통해 섬유업계에 대한 이해는 물론 조직원으로서 역량을 키우는 노하우를 전수받는다.

5개의 학습조직도 구성해 적극 지원하고 있다. 각 학습조직은 신규 시즌에 맞는 소재개발, 신소재개발, 원단 납기일 개선 등 학습 목표를 부여받고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서로의 아이디어와 솔루션을 공유한다. 조당 월 30만원을 지원하고 6개월마다 선발되는 최우수 조직에는 별도의 포상을 한다.

모바일 단체 채팅방을 통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기도 한다. 어떤 직원이 주말에 우연히 쇼핑하다가 사진을 올리면 사장을 비롯한 팀원들은 즉시 댓글을 달아서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집단적으로 모색한다.

고 사장의 경우 주말에 등산을 할 때마다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제시해서 쉴 새 없이 휴대폰이 울린다는 게 직원들의 전언이다. 고 사장은 "직원들과 사장이 함께 모여 직접 수시로 소통하는 과정은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고 다양한 사업으로 뻗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고경찬 사장은

△1960년 제주

△1979년 제주제일고등학교

△1987년 성균관대 섬유공학 학사

△1986~1994년 코오롱 개발부 팀장

△1995~1999년 대원티시 대표이사

△2009년 성균관대 대학원

유기소재공학 박사

△2011년 중소기업 명예 옴부즈만

△1999년~ 벤텍스 대표이사

△2012~2014년 중앙대 대학원

의학과 박사 수료



사진=권욱기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