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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학의 힘은 어머니로부터 나왔죠"

올 호암예술상 받은 소설가 박완서 씨


"활자로 읽는다는 게 참 중요한 것 같아요. 활자로 감각을 개발해야 된다고 봐요." 한국 문단을 대표해온 소설가 박완서(74ㆍ사진)씨는 문학작품들이 최근 영상세대로 넘어오면서 나타나고 있는 폐해를 지적하자 "소설의 운명에 대한 걱정들을 듣고 있다"며 이같이 말을 뗐다. 소설이 잘 팔리지 않는 세태와 세대에 대한 그의 해법인 셈이다. 그는 '통속'과 '명작'을 구분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읽을 때는 재미가 있는데 다시 읽기 싫으면 통속이고 또 꺼내서 읽게 되면 좋은 책"이라는 말로 자신만의 명서 감별법을 소개했다. 그는 청소년층에 추천할 만한 명서로 '고전'을 들었다. "과거에는 고전이 너무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도 했는데 요즘 젊은 작가를 보면 너무 고전을 외면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원본이 아닌 요약본만 읽었구나 하는 그런 느낌이 있죠. 고전은 첫장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꼭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봐요." 그가 추천한 고전 입문서는 '레미제라블'과 '몬테크리스토백작'. "그 뒤로 톨스토이ㆍ도스토예프스키ㆍ카뮈로 들어가면 좋죠. 이들은 장편을 재미있게 쓴 대가들이지요." 그는 "내 문학의 힘은 어머니로부터 나왔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어머니가 강조했던 중 하나가 '정직하라'는 것이었는데 거짓말, 즉 픽션(소설)을 업으로 하게 됐다"며 70대 중반의 그가 웃었다. "거짓말 못하는 스트레스를 소설로 풀게 됐던 것 같다"고도 했다. "어머니는 '쌀이 떨어져서 돈 꾸러 오는 사람한테는 꼭 해줘야 되지만 고기 사먹기 위해 꿔달라고 하면 꿔줄 필요가 없다'고 했다"며 "내 경제관념의 원칙 중 하나가 됐다"는 말도 했다. 1931년생인 그는 일찍 아버지를 잃고 53년 결혼한 뒤 살림만 해오다 70년 장편소설 '나목'으로 문단에 나왔다. 이후 왕성한 창작활동으로 문학계의 대모로 통해왔고 88년 남편, 아들과 연이어 사별한 뒤 삶을 관조적으로 바라보는 작품들을 발표해왔다. 그는 1일 2006년 호암상(예술상)을 수상했다. "문학가는 대통령이나 재벌총수와 같은 식탁에 앉아도 동등감을 느끼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거리의 부랑자와 같이 있어도 내가 잘났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이게 문학가의 태도고 힘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어요." 그는 "늙어서도 싫증 안 나는 게 꽃 보는 것과 좋은 문장 읽는 것 딱 두가지인데 죽을 때까지 가져가고 싶은 느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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