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글로벌 포커스] 후쿠시마 방사능 재앙

日 내진기술 신뢰 무너져…원전 수출 뿌리째 흔들린다<br>안전성 허술함 드러나 신흥국서도 불안감<br>터키·美선 對日 원전교섭 잠정 중단 선언<br>도시바등 원전사들 경영전략 수정 불가피


지난 24일(현지시간) 터키의 타네르 이을드즈 에너지ㆍ천연자원부장관은 당초 이달 말까지 마무리 짓기로 했던 일본과의 원자력발전소 건설 협상 시한을 올 연말로 미루겠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200억달러 규모의 시노프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인 터키는 한국과의 협상 결렬을 선언한 뒤인 지난해 12월 일본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3개월 안에 협상을 끝내겠다"고 자신했었다. 하지만 당초 계획을 밀고 나가기엔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의 파장이 너무 컸다. 이을드즈 장관은 일단 후쿠시마 원전 사태의 추이를 지켜본 뒤 올 연말까지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일단 한 발 물러섰다. 이보다 하루 전인 23일에는 미국의 대형 전력업체인 NRG에너지가 일본 도시바에 발주했던 텍사스주의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잠정 중단시켰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안전기준 재검토를 추진하면서 당초 계획에 차질이 발생한 것이다. 도시바는 사우스텍사스프로젝트(STP) 원전 3ㆍ4호기 건설을 수주, 오는 2016년 가동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지만 사업을 주도하는 NRG에너지는 "인허가 취득 등을 제외한 설계 부품조달 등의 작업을 일체 중단했다"고 밝혔다. 총 100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는 현재 허공에 뜬 상태다. 체르노빌 이래 최대의 원전 재앙으로 불리는 후쿠시마 사태로 인해 일본의 정부와 기업이 혼연일체가 돼서 추진해 온 원전 수출에 급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10월 베트남 원전 수주, 터키와의 시노프 원전 프로젝트 MOU 체결 등 순풍을 타 오던 일본의 원전 수출 계획은 지난 12일 후쿠시마 원전 1호기에서 들려 온 폭발음과 함께 뿌리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일본 도시바와 도쿄전력이 막바지 협상 중이던 터키 시노프 원전은 현재 사실상 교섭이 중단된 상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원전 경험이 없는 신흥국가에서는 전력회사가 프로젝트에 함께 참가할 것을 수주 조건으로 내거는 경우가 많다"며 "도쿄전력이 해외 진출에 나설 여력이 없어지는 바람에 신흥국과의 원전수출 교섭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일본측의 여력이 아니라 일본 원전에 대한 외국의 신뢰 악화다. 지난 6월 한국과 MOU까지 체결했던 터키의 시노프 원전 사업이 일본 쪽으로 방향을 튼 데는 '내진(耐震)기술'을 강조한 일본측의 설득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앞서 니혼게이자이는 지난해 8월 경제산업성과 도시바 관계자가 터키를 방문한 당시 일본측 관계자가 던진 한 마디, "터키는 지진국가가 아닙니까"라는 말이 흐름을 바꿔 놓았다고 전한 바 있다. 지난 99년 대지진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터키에게 강진에도 끄떡없는 일본 원전의 내진기술을 부각시킨 점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내진기술도 지난 11일 일본을 덮친 거대한 쓰나미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예상을 뒤엎는 막대한 자연재해는 어쩔 수 없었다지만 이번 원전 사고는 사실상 '인재(人災)'로 인식되고 있다. 안전하다고만 알려졌던 일본 원전의 의외의 '허술함'과 사후 대응의 미숙함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이제는 신흥국가에서도 일본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 일본이 2기의 원전 수주계약을 체결한 베트남의 일부 국회의원들로부터 일본 기업이 건설하는 원전의 안전성에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6일자로 발간된 일본 경제주간 다이아몬드지는 "일본이 강점으로 내세웠던 안전기술의 허술함이 드러난 지금 (해외 원전 프로젝트에서) 굳이 일본을 지명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원전수출 계획의 큰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앞날이 불투명해지기는 선진국에서의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STP 수주 이후 미국 정부의 채무보증을 얻기 위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던 도시바는 사업 일정이 크게 미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 사업에 1억2,500만달러를 출자할 계획이던 도쿄전력은 아예 사업참여 자체가 불투명하다. 대지진 발생 전 도쿄전력은 "2020년까지 1조엔의 해외투자를 실행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놓았지만, 전세계를 방사능 공포에 빠뜨린 이번 원전 사고로 도쿄전력은 사실상 해외진출 자체가 어렵게 됐다고 다이아몬드지는 지적했다. 특히 도시바나 히타치제작소, 미쓰비시중공업 등 국내 원전 업체들은 이번 원전 사고로 일본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원전 정책에 제동이 걸리면서 경영전략에서 적잖은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도시바의 경우 지난 2006년 인수한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공동으로 오는 2015년까지 39기의 원전 수주 계획을 수립했었다. 성사된다면 15조엔을 웃도는 어마어마한 사업으로 발돋움하겠지만, 세계 각국에서 원전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도시바의 계획 실현은 요원해 보인다. 미쓰비시중공업 역시 2025년까지 해마다 2기의 원전 수주를 목표로 내걸고 요르단 등에서 수주 활동을 펼쳐 왔지만 사고 이후 원전 사업의 앞날은 불투명해졌다. 물론 전세계 원전정책의 궤도 수정이 이뤄질 경우 이는 일본 원전만의 문제는 아니다. 또 이번 사태가 일본 원전수출의 앞날을 가로막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본에너지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원자력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것은 불가피한 현실이지만, 이 같은 재해가 발생했을 때 한국이나 러시아, 프랑스 원자로가 괜찮을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며 이번 사태가" 일본이 기술적으로 뒤쳐졌다는 인식을 심어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