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늑장) 플레이 논란을 점화시킨 재미교포 프로골퍼 케빈 나(29)가 '느림보' 꼬리표를 뗄 것인가.
25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개막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크라운플라자 인비테이셔널(총 상금 640만달러)에서 케빈 나는 '주목 받는 선수'다. 2주 전 빅 이벤트인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공동 7위의 준수한 성적보다는 느린 플레이 속도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당시 케빈 나는 3라운드에서 1타 차 단독 선두로 리드하면서도 현지 언론과 골프 팬들의 싸늘한 시선을 받아야 했다. 볼을 치기 전 준비 과정인 프리샷 루틴(pre-shot routine)이 너무 길었던 탓이다. 수차례 연습 스윙과 지루한 왜글(손목 까딱거림), 어드레스 풀었다 다시 하기를 반복했다. 결국 최종 라운드에서 갤러리의 야유까지 들으며 심리적으로 흔들려 순위가 뒷걸음질했다.
케빈 나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변신을 예고했다. 지난주 바이런넬슨 챔피언십을 건너뛰는 동안 코치와 함께 프리샷 루틴을 짧게 하는 연습을 했다. 지난 24일 대회장인 텍사스주 포트워스 콜로니얼CC(파70∙7,204야드)에서 연습 라운드를 치른 그는 "연습 스윙을 한 번만 하고 바로 샷을 했다. 어드레스부터 샷까지 15초 안에 끝냈다"고 말했다. 볼 앞에 선 뒤에만 무려 48초나 썼던 그로서는 확연하게 시간을 줄인 것이다.
결과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그는 "몇 차례 '굿 샷'이 나왔고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친 몇 번은 잘못 맞기도 했다"며 "캐디와 가까운 지인들은 내가 프리샷 루틴을 너무 많이, 너무 빨리 바꾼 것 아니냐고 걱정을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나 스스로도 경기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알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내 슬로 플레이 문제가) 더 이상 이슈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번 대회부터 플레이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투어 후배인 강성훈(25∙신한금융그룹)이 '좀 천천히 쳐야겠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고 말했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케빈 나는 재미교포 존 허(22), 에런 배들리(호주)와 1∙2라운드를 함께 치른다.
최근 잠잠했던 다른 한국계 선수들이 분전을 펼칠 것인지도 관심사다. 양용은(40∙KB금융그룹)과 배상문(26∙캘러웨이), 노승열(22∙타이틀리스트), 위창수(40) 등이 도전장을 던졌다. 나란히 시즌 2승을 거둔 제이슨 더프너와 헌터 머핸, '오렌지 보이' 리키 파울러, 짐 퓨릭, 디펜딩챔피언 데이비드 톰스, 잭 존슨(이상 미국),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등이 우승 후보로 꼽힌다. 지난해 출전선수 평균 페어웨이 안착률이 54.39%(9위)에 그쳤던 만큼 드라이버 샷 정확도가 코스 공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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