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총장이 많습니다. 정부가 사립대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29일 부산에서 열린 대학 총장 세미나에서 사립대 총장들은 이구동성으로 정부 지원 확대를 요구했다. 이들은 "국공립대 국고보조금이 예산의 53%를 차지하는 데 비해 사립대는 9%에 불과하다"며 "국공립대를 다니든 사립대를 다니든 같은 국민이고 납세자인데 설립 기반이 다르다고 지원을 달리할 까닭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원금 확대에서는 이렇듯 국공립대와의 공통점을 강조하는 사립대가 감사에 대해서는 국공립대와 선 긋기에 열심이다. 이들은 국공립대는 정부 조직이기 때문에 정부 기관에 적용되는 감사를 받을 수 있지만 사립대는 이와는 다른 민간 조직이라는 논리를 앞세운다. 감사를 하려면 지원한 금액의 집행에 대해서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립대의 주장은 일면 타당하다. 사립대에 대한 정부 지원이 거의 바닥이니 지원을 늘리는 것은 당연하며 이유 없는 감사는 명백한 권리 침해다.
이쯤에서 감사원이 지난해 말 실시한 대학재정운용실태 감사 결과가 어땠는지 떠올려보자.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대학들이 예산 편성을 할 때 지출은 과다하게 잡고 등록금 외 수입은 적게 잡아 등록금 상승을 부추긴다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다. 감사 대상 113개 대학 중 약 50개 대학에서 이사장ㆍ교수ㆍ교직원의 횡령ㆍ배임 등 탈법과 비리가 적발됐다.
정부가 지원은 쥐꼬리만큼 한 상태에서 감사를 했더니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게 밝혀졌다. 사립대 주장대로 정부 지원은 늘리고 감사는 자율에 맡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원이 늘어난 만큼 문제도 똑같이 많아지지 않을까.
당시 감사원의 감사는 대학 등록금에 대한 사회적 불신에서 시작됐다. 사립대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공감을 얻으려면 잃어버린 신뢰부터 되찾아야 하는 게 우선이다.
이틀간의 세미나 동안 사립대는 등록금 문제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에 신뢰를 주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등록금을 경감하겠다는 얘기를 한 사립대도 한 곳도 없었다.
사립대는 지원을 해달라면서 정작 지원을 받을 자세는 돼 있지 않은 것 같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