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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기피부서로 전락한 예산실

요즘 과천 정부청사 1동 4층을 지나가다 보면 여기저기에서 수군거리는 모습이 눈에 많이 띈다. 이곳에는 우리나라 곳간을 책임지고 있는 기획재정부 예산실이 자리 잡고 있다. 들려오는 소리들은 최근 실시된 재정부 내 사무관급 이하 인사에 대한 얘기다. "이번 인사과정에서 사무관들 이하 직원들이 예산실은 업무가 과중한 부서라고 지원을 기피해 정원(TO)보다 지원자가 미달됐다고 하네요" "사실 재정부 내에서 예산실만큼 야근이 많고 휴가도 못 가며 고생하는 부서가 어디 있겠어요" 하나같이 이번 인사에서 예산실이 재정부 직원들이 가장 가고 싶지 않은 부서 중 하나로 꼽힐 수밖에 없는 까닭에 대한 푸념들이다. 예산실이 어떤 곳인가. 한 해 나라살림 309조원을 총괄하는 부서다. 예산 시즌만 되면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 곳곳에서 예산을 따기 위해 몰려오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조직이다. 이전 정권에서는 장관급인 기획예산처로 자리매김하며 각 부처를 통솔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는 기획예산처의 유능한 인재들이 각 부처와 청와대로 파견 나가 예산분야의 전문가로서의 위용을 과시했다. 그러나 이제는 재정부 내에서 기피부서로 전락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무엇보다 1년 365일 중 4월부터 12월까지 8개월간의 계속되는 과중한 업무 때문이다. 4월 말부터 10월 초순까지는 내년도 예산을 편성해야 하고, 10월 중반부터는 12월 말까지 정기국회를 거치며 여야의 예산싸움에 답변서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다. 이 기간 중 야근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국회를 내 집처럼 오가야 한다. 체력적으로도 버거울 정도다. 특히 다른 실ㆍ국처럼 유능한 인재를 키우고 경력관리를 해주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예전에는 사무관 이하 중ㆍ하위직에서 경력관리를 위해 예산실 근무를 서로 원했지만 언제부턴가 예산실로 배치되면 사람을 부릴 줄만 알았지 경력관리를 위한 교육을 보내 주거나 원하는 보직을 챙겨주지 않는 곳이라는 불만이 극에 달해 있다. 나라살림을 책임지는 예산실이 이처럼 기피부서로 전락했다는 게 안타깝다. 최근 나라 곳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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