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우려는 더 이상 없다. 모든 지표가 경기 성장을 가리키고 있다.” 생산ㆍ소비 등 각종 경제지표가 대폭 호전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국 경기가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돌입했다는 기대감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특히 그 동안 경기회복의 마지막 걸림돌로 지적됐던 고용지표가 예상을 크게 웃도는 상승폭을 기록하고 인플레이션 압력도 약화되면서 미국 경제가 ‘인플레 없는 성장'이라는 최고의 상황으로 전개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고용지표 개선이 경기회복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경제지표 일제히 ‘파란불’=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2월 비농업부문 신규취업자수는 26만2,000명으로 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그 동안 고용 침체가 본격 상승국면으로의 전환을 가로막는 '최후의 복병'으로 지적돼 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수치는 경기 활성화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러한 수치는 지난 10월이후 넉 달 만에 기록한 최대치이고 지난 10월 취업자수의 급증이 허리케인 피해복구를 위한 비정상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거의 10개월만이다. 제조업분야의 선전도 눈에 띈다. 제조업 분야의 신규 고용은 1월 2만명이 줄었지만 지난달에는 2만명이 순증하면서 지난해 8월 이후 반년만의 최대치를 기록했고 1월 공장 주문건수도 전월 대비 0.2%가 증가해 제조업이 점차 회복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ISM 서비스산업 고용이 97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증가했다는 것은 일거리 증가에 대한 낙관론을 빠르게 확산시키고 있다. 생산ㆍ소비 등 나머지 지수들도 청신호를 보내고 있다. 공급관리자협회(ISM) 서비스지수는 지난달 59.2로 1월보다 0.6 포인트 상승, 경기호전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했으며 월마트 등 소매업체의 매출도 전년 대비 4.9% 오르는 등 9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4ㆍ4분기 생산성은 최근 0.8%에서 2.1%로 수정 발표되는 등 생산 분야도 개선폭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캔터핏제럴드의 존 허먼 이코노미스트는 “최근의 긍정적인 거시경제지표로 볼 때 올해 1ㆍ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4% 이상 기록할 것”이라며 “이러한 기조는 올해 전반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연방기금 금리도 지속적으로 올라 올해 말에는 4%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플레 먹구름' 소멸로 연 4% 성장 가능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고용과 생산 증가에도 불구하고 임금의 증가폭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4일(현지시간) 발표된 1월 시간당 평균 임금은 19.50달러로 1년전에 비해 2.5% 증가했고 주당 임금도 2.2% 늘어나는데 그쳤다. 특히 임금의 경우 제조업 생산비용의 70%를 차지하는 등 소비자 물가지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임금수준의 정체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플레 없는 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주식시장에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 주말 미국 다우지수는 전일보다 107.50포인트 상승한 1만940.50으로 지난 2001년 6월 이후 처음으로 1만900선을 돌파했고 나스닥 역시 12.21 포인트 오른 2,070.61로 장을 마감했다. 또 스탠더드앤푸어스(S&P)지수도 11.65 포인트 뛴 1,222.12를 기록했다. 연방정부와 전문가들은 각종 경제지표의 호전이 경기의 상승국면을 더욱 강화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존 스노 재무장관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없이 생산성 증가에 기반한 성장 추세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고, 게리 스턴 미네아폴리스 연방은행 총재 역시 "미국의 경제성장은 매우 견고하고 인플레이션 수준은 적절하게 유지될 것이며 4%대의 경제성장도 가능해 보인다" 밝혔다. 민간 전문가인 캐서린 보스야닉 메릴린치 선임 이코노미스트 역시 "임금 인상 없이 고용증가라는 양호한 성과를 거뒀다"며 "이는 금융시장과 연방정부에 매우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리먼브러더스의 에탄 해리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현재 FRB 내부에서 물가상승을 우려하는 측이 소수이지만 앞으로 6개월 이내 이들이 다수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물가불안 압력은 상존한다”며 “2003년 중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고조되었던 경험 때문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심이 다소 느슨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