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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미술관이 된 특허청

김영민 특허청장


내셔널몰(National Mall)은 워싱턴 D.C의 명소다. 몰 주변에는 백악관, 연방의사당, 그리고 국립초상화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 건물들은 독립 직후 미국이 포토맥 강가에 새롭게 수도를 일구면서 건립한 최초의 공공 건축물들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국립초상화미술관이 다른 두 건물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게 이채롭지만 이 건물이 처음부터 미술관은 아니었다. 시인 월트 휘트먼이 워싱턴 D.C.에서 가장 고상한 건축물이라고 칭했던 이 건물은 다름 아닌 특허청 건물이었다.

워싱턴에 세워진 세 번째 공공건물이 특허청 건물이었다는 사실(史實)은 특허행정을 담당하는 필자에게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지식재산 최강국으로 자리매김한 미국 특허역사의 이면을 엿보게 했기에 더욱 그러했다.

목화나 담배 등 주로 농업에 의존하던 독립 당시의 미국에서 특허제도는 제조업 발전을 이끌어낼 매력적인 수단으로 여겨졌다. 의욕적으로 특허제도를 정비해나가던 미국은 특허청이 출원된 발명을 심사만 하는 곳으로 두진 않았다. 당시 발명자가 제출하게 돼 있던 발명품 모형들을 전시해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공유되고 후속 기술개발이 촉진되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발상은 당시 미국의 공공기관 중 가장 큰 전시관을 가진 건물의 건축으로 이어졌다. 수많은 발명품 모형들이 신축된 특허청의 전시관을 채웠고 매년 10만명 이상이 이곳을 방문할 정도로 대중들은 호응했다. 워싱턴에 세 번째로 세워진 공공건물이 최신 발명품정보(특허정보)를 생생하게 알려주는 전시관이 된 것이다.



이미 특허정보가 전시실의 유리상자 안에서 관람객을 기다리던 시대는 지났다. 각국 특허청은 신기술 정보를 담은 특허정보의 공개와 공유를 촉진해 연구개발 혁신을 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96년부터 온라인 특허정보 검색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한해 4,000만건이 넘는 특허정보 검색이 특허청이 운영하는 '특허정보넷 키프리스'를 통해 이뤄졌다. 몇 번의 클릭만으로 국내외의 특허정보에 접근하는 거대한 가상의 전시관이 갖춰진 셈이다.

언어 장벽도 해소되고 있다. 영-한, 일-한 기계번역으로 외국의 특허정보에 쉽게 접근하도록 했으며 올해부터는 한-영 기계번역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로써 우리의 특허정보가 외국으로 빠르게 전파돼 외국에서 우리 특허가 선제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아울러 정부 3.0 추세에 따라 특허청은 보유한 특허정보를 완전히 민간에게 개방함은 물론 지난해는 기업들이 특허정보를 기반으로 개발한 각종 서비스상품이 유통되는 플랫폼도 마련했다. 특허정보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원천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특허정보는 방대해지고 중요해졌다. 특허청은 이런 특허정보의 공유와 활용을 위한 최적의 인프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터전 위에 더 많은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피어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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