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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손톱 밑 가시보다 덩어리 규제를 뽑아라

정부가 852건의 규제개선을 추진하는 2013년 규제정비종합계획을 확정ㆍ발표했다. 창조경제와 투자활성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구시대적 규제는 과감히 폐지하되 국민안전과 직결되거나 시장경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규제강화를 병행한다는 게 특징이다. 그래서 종전에 사용해온 '규제개혁'이라는 용어 대신 '규제개선'이라는 표현을 썼다. 규제혁파의 의지와 강도가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과도한 규제의 문제점은 누차 지적돼왔다.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주된 요인인데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게 규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WEF 기준)은 19위로 전년 대비 5단계 상승했지만 규제 부담은 세계 꼴찌(114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쟁국 중국(24위)과 싱가포르(1위), 말레이시아(8위)에 크게 뒤처질 뿐 아니라 필리핀(108위)과 태국(75위)에도 밀린다.

규제는 그냥 내버려두면 계속 늘어나는 속성이 있다. 통치권 차원의 강력한 의지가 없으면 공염불이다. 친기업정책을 표방한 이명박 정부조차 규제를 줄이는 데 실패했다. 규제개혁위원회에 등록된 규제는 지난 2009년 1만1,050건에서 지난해 1만3,914건으로 늘어났다.

규제완화는 세계적 조류다. 저성장 시대에는 더욱 긴요한 과제다. 민간의 활력과 창의성의 발목을 잡아서는 일자리 창출이 요원한 탓이다. 그런데도 경제민주화다 상생이다 해서 덩어리 규제가 확대 재생산되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따지고 보면 경제민주화라는 것도 표를 의식한 선심성 정치의 산물이다. 그것도 모자라 국회에서 마치 경쟁이라도 벌이듯 대기업 때리기에 골몰하는 행태는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은 손톱 밑 가시를 뽑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 가시를 아무리 많이 뽑는다 한들 정치논리에 편승한 덩어리 규제가 확대 재생산된다면 규제공화국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기 위한 규제가 정부의 실패를 초래하지 않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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