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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자격고사도 답은 아니다


대학 수학능력시험이 난이도 조절 실패와 오류 파문에 휩싸이면서 수능을 대입 자격 정도만을 판별하는 자격고사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복되는 사태로 수능 무용론까지 불거져 나오자 이참에 출제 수위를 더 낮춰 수능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게 해답이라는 논지다. 이에 대해 교원 단체인 교총과 전교조까지 오랜만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이번 수능에서 드러난 터무니없이 쉬운 출제에 따른 변별력 상실 문제를 외면하는 결과다. 3개 주요 과목 중 2개 과목이 만점을 받아야 1등급을 얻을 정도로 쉬워지면서 국가시험이 학생의 실력을 가늠하는 수단으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 게 근본 문제다. 실제 예상등급이 2~3계단씩 낮아지며 수시 최저기준인 '수능 최저등급제'조차 충족하지 못해 정시와 수시 모두 갈 곳을 잃은 상위권이 속출했다.

쉬운 시험에 따른 변별력 문제를 더 쉬운 시험인 자격고사로 전환해 풀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모순이다. 수능 자격고사화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학생생활기록부 전형 강화 등도 해결책으로는 부족하다. 최근 한양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학생과 학부모·교사의 70%가량이 대입을 위한 가장 공정한 전형으로 수능을 꼽았다. 반면 학생생활기록부 전형은 특수목적고 등에 유리한 '가장 불공정한 전형'으로 파악됐다. 입시기관들도 시험이 쉬워질수록 사교육으로 성적이 오를 가능성이 높아져 관련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로 인해 올 영어영역에서 쉬운 시험을 도입, 운이 당락을 결정하는 토대를 구축한 정부에 대한 비판은 실종되다시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수능에서 국어 시험이 어려워지고, 수학 시험이 쉬워진 것도 지난 9월 모의평가 당시 국어마저 쉬워지며 논란이 됐던 사례의 반작용으로 보는 이들이 다수다.

물론 한 학생의 12년을 하루에 평가하는 현 시스템은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복수의 시험일자를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공정성과 신뢰도가 결여된 사회의 문제이지 수능 때문만은 아니다. 이번 사태의 해결 방향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한 학생을 평가하는 '단 하루'마저 잘못된 출제로 어그러졌다. 이로부터 출발하지 않고서는 이번 난제를 풀기란 어려울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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