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대국민담화 자리에 선 박근혜 대통령의 표정에는 그동안의 고뇌와 함께 세월호 참사를 통해 드러난 온갖 난맥상을 해결해나가겠다는 비장함이 엿보였다.
담화 말미에는 세월호 참사에서 희생된 의사자들의 이름을 호명하다 목소리가 떨리고 눈물을 흘리면서도 표정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굳은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회색 재킷 차림에 굳은 표정으로 오전9시 청와대 춘추관에 들어선 박 대통령은 목례 후 담담한 어조로 국민들에게 사과하며 대국민담화를 시작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온 국민이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아픔과 비통함을 함께하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께서 겪으신 고통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단상 옆으로 나와 고개를 깊이 숙였다.
박 대통령은 "지난 한 달여 동안 국민 여러분이 같이 아파하고 분노하신 이유를 잘 알고 있다"며 그동안 드러난 문제점들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살릴 수도 있었던 학생들을 살리지 못했고 초동대응 미숙으로 많은 혼란이 있었다"며 "불법 과적 등으로 이미 안전에 많은 문제가 예견됐는데도 바로잡지 못한 것에 (국민 여러분이) 안타까워하고 분노하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지난 한 달이 본인에게도 힘든 시간이었음을 고백했다. 그는 "채 피지도 못한 많은 학생들과 마지막 가족여행이 돼버린 혼자 남은 아이, 그 밖에 눈물로 이어지는 희생자들의 안타까움을 생각하며 저도 번민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 나날이었다"며 "그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그 가족들의 여행길을 지켜주지 못해 대통령으로서 비애감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며 다시 한번 본인의 책임을 인정했다.
박 대통령은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이 다시 태어나는 계기로 반드시 만들겠다"고 다짐한 다음 세월호 참사의 후속대책으로 정부조직 개편 및 공직사회 혁신 방안, 민관유착 근절 대책, 재난대응 총괄기구인 국가안전처 신설 방침 등을 밝혔다.
담화 후반에 박 대통령은 구조에 나선 어업인들과 민간잠수사들, 각계의 자발적인 기부와 자원봉사자들의 공로를 언급했다. 이어 안산 단원고 학생 및 교사와 승무원 등 의사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떨리는 목소리로 눈물을 흘렸다. 눈물을 닦지 않은 채 담화를 이어간 박 대통령은 "이런 분들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라며 "희생자의 넋을 기리기 위한 추모비를 건립하고 참사 발생일인 4월16일을 국민안전의 날로 지정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다시 한번 이번 사고로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24분여에 걸친 담화를 마치고 짧게 고개를 숙인 뒤 바로 춘추관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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