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들러리 서려고 나왔냐."(민주노총 조합원)
"정부 대책에 마냥 찬성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각지대가 방치됐다는 점을 지적하려고 생업을 포기하고 왔는데 이야기라도 들어봐야 하지 않겠는가."(비정규직 패널토론 참석 근로자)
지난 19일 고용노동부 주최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비정규직 보호 가이드라인 토론회' 현장에서는 민주노총 조합원과 비정규직 근로자 간 설전이 오갔다. 민주노총 기아차 사내하청 근로자 일부와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조합원 20여명이 토론회를 봉쇄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시작 시간이 되자 일제히 피켓을 들고 단상을 점거했고 토론회가 진행되지 못하도록 "실효성 없는 가이드라인을 폐기하라"며 고성을 질렀다.
이날 자리는 기간제·사내하도급·특수형태업무종사자 등 고용형태별 보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의 장이다. 오히려 기업들의 우려와 반발이 큰 사안들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패널 토론 참석을 거부한 데 이어 행사를 실력 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토론회는 40여분 만에 취소되고 말았다.
노동계의 이러한 행태는 비단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열릴 예정이었던 '임금체계 개편과 취업규칙 변경' 공청회에서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400여명이 행사장을 점거해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입장조차 하지 못했고 35분 만에 파행으로 끝났다.
이처럼 노동계는 지난 4월 노사정 대타협 결렬 선언을 한 데 이어 번번이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공개 대화의 '멍석'을 걷어차고 있다. 민주노총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는 안 되니 분야별 협의체를 가동하자고 주장하지만 정작 개별 논의는 무산시키는 식이다. 비공개 회의에 대해서는 '밀실협상'이라고 비판하면서도 공개 행사는 실력저지 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이다. 여기에 '총파업'은 전가의 보도처럼 거론된다.
특히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은 "안 해도 그만이고 노력하라는 권고로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하면서도 정작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지침 '가이드라인'은 강제적이라고 반발하는 모순된 해석을 내놓았다.
이러한 구시대적 관행이 노동계 스스로 발목을 잡는 행위라는 걸 정말 모르는 것일까. 언제까지 대화 없는 일방통행을 봐야만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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