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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간 李대통령 "문제 해결 의지 보여주러 왔다"
입력2011-11-15 19:54:23
수정
2011.11.15 19:54:23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설득하기 위한 국회 회동 과정은 여야간의 첨예한 대치상황을 반영하듯 많은 우여곡절이 따랐다. 회담 과정에서도 이 대통령은 한미FTA의 비준 필요성을 역설한 반면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직간접으로 대통령에게 서운함을 표시해 냉랭했다. 회동 후에도 청와대측은 “상당히 획기적이었다”고 평가한 반면 민주당은 “대단히 미흡했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아 대조를 보였다.
우선 이날 회동은 여야간의 불신 탓에 어렵사리 성사됐다. 지난 11일 오전 8시20분 이 대통령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안 와도 국회에서 기다리겠다”며 국회 방문을 발표했으나 “예의도 아니고 와도 만나지 않겠다”는 손 대표의 반발에 부딪히자 3시간 10분여만에 회동을 철회했다. 당시 민주당은 “대통령이 ‘(핵심쟁점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한 진전된 안을 가져오거나 단독처리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가져오라”고 말했고, ‘대통령이나 민주당이 딱하다’는 얘기가 회자됐다.
이 대통령은 12~13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마친 뒤 15일 국회 회동에 참석했다. 박희태 국회의장의 영접을 받으며 약속대로 오후 3시 국회 본청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회동장소인 국회의장 제1접견실에서 손 대표와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를 보자 각각 “아이구 자주 보네”, “고생 많습니다”며 인사를 건넸다.
박 의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이렇게 오셨으니 좀더 맘 터놓고 얘기하면 얼마든지 길이 있지 않겠나. 때는 가을이지만 봄같은 따뜻한 온기에서 꽃이 피기를 바란다”고 분위기를 북돋았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도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서 고맙다”고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에 감사를 표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한미FTA 통과의 당위성 설파하기 위해 장시간 말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진지한 표정으로 “APEC에서는 일본이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하는 일로 전체 주제가 그쪽으로 갔다. 일본은 한국이 굉장히 앞서는 것으로 과장되게, 한국이 추월한다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세계가 지금 세계가 지금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그런 상황에서 험난한 길을 헤쳐가려면 국민과 정치권, 정부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FTA 길을 닦는 심정으로 하고 있다. 문제가 있으면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그 의지를 보여주러 왔다”며 초당적인 애국심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FTA를 먼저 비준하고 정식으로 (ISD) 재협상을 요구하면 그 같은 건의에 따라 발효 후 3개월내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하겠다”며 여야에 협조를 당부했다.
이에 홍 대표가 “한미FTA가 잘 처리됐으면 좋겠다”며 맞장구를 쳤으나 손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이 대통령이 지난 10ㆍ31 여야정 심야 합의문에 있는대로 ‘비준안 발효 후 3개월내 ISD 재협의’를 되풀이했다는 것이다. 손 대표는 비장한 표정으로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이 온다고 하면 잔치가 돼야 하는데 오늘 분위기가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어 “야당대표가 안나와도 대통령이 기다리겠다는데…또 온다는데 저희가 안나올 수가 없었다. 그런데 실제 마음은 좀 착잡한 게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는 말까지 했다. 심지어 “언론에서는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하는 게 야당에 대한 압박, FTA를 일방 처리하기 위한 수순밟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 대통령이 웃으면서“나는 그런(단독처리) 얘기 한 적이 없는데…나는 정치적이지 못하며 정직한 대통령으로 남으려고 한다. 나는 야당을 압박하기 위해 온 게 아니다. 그렇게 하려고 했다면 다른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고 응수했다. 하지만 손 대표는 “저희 입장은 변함이 없고 양국간 이익의 균형이 깨져서는 안되고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10+2’중 최소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는 해야…”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날 회동은 오후 3시20분께 비공개 면담으로 전환돼 4시21분까지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미 FTA로 인한 경제적 기대 성과와 야당의 불신을 여러차례 지적하면서 아쉬움을 피력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FTA가 빨리 비준되면 일본 기업이 한국에 투자를 하게 되고 우리는 그만큼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라며 "야당이 왜 이런 좋은 기회를 어물어물하게 넘어가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발효 후 3개월 내 ISD 재협상 요구방침을 설명하면서“미국이 응하지 않으면 책임지고 설득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또“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사전 약속을 받아오라”는 민주당측 주장에 대해 “나도 자존심이 있는 사람이다. 우리가 요구하면 응하게 돼있는 조항이 있는데 미국에 허락해 달라고 하는 것은 주권국가로서 맞지 않다”는 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거듭 “나를 믿어달라. 선의다. 내가 나라를 망치려고 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나는 진실되게 하려는 사람이다”며 “나라를 위해 생각해달라. 민족과 역사에 어떻게 남을지 부끄럽지 않도록 해달라”고 거듭 협조를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회동을 마친 뒤 계단을 내려가면서 “시간이 길게 됐다”고 말했고, 차에 오르기 직전 “나라를 위해 하는 일이지만…”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홍 대표는 “대통령이 빈손인줄 알았는데 ISD에 대해 파격적 말을 하고 갔다”고 말해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이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미흡하다”며 수용 불가입장을 사실상 밝혔다. 민주당은 16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의총을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지만 강경파는 물론 협상파들조차 “진전된 안이 없다”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대통령의 제안은 대단히 획기적인 것”이라고 밝힌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의 발표와는 상당한 괴리감을 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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