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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보여주기식 현장방문 이제 그만

명절을 앞두고 주요 경제부처와 공기업에서 연례적으로 나오는 보도자료는 전통시장 방문 행사다. 시장에서 과일도 구입하고 상인들을 격려하는 모습을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보여주기식 행사라는 비판은 매번 끊이지를 않는다.

당장 이번 주만해도 지식경제부 장관과 중소기업청장의 재래시장 방문이 예정됐다. 올해는 대선까지 앞두고 있어 사진촬영용 전시행정에 대한 우려가 더욱 높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깊어지면서 방문하는 곳이 하나 늘었다. 경기위축의 영향을 먼저 받는중견ㆍ중소기업이다. 지난 7월 전년동기 대비 수출이 -8.7%에 이어 지난달에도 6.2% 줄어들면서 비상이 걸린 까닭에 지경부 고위관료들은 잇달아 수출기업과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참석한 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그래도 가장 선방하는 기업들이 주축을 이룬다. 해당 업체의 사장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목표치보다 10% 가까이 빠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래도 업계에서 우리가 제일 낫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체의 대표는 자금 사정을 묻는 질문에 "서로 돈을 빌려준다고 하지만 무리한 투자는 절대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거 IMF 경제위기와 리먼발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얻은 교훈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습은 중소ㆍ중견기업도 부익부 빈익빈으로 갈라지는 한 단면이다. 경제 악화로 중소기업이 어려워진다며 정부가 금융권을 압박하자 은행들은 알짜 중기로 앞다퉈 달려가 돈을 꺼내 놓는다. 반대쪽에서는 당장 직원들의 추석 상여금을 어떻게 챙겨줘야 할지 막막할 따름이다. 보다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을 직접 만나는 모습은 왜 찾아볼 수 없을까.

다른 업체 대표는 "정부 과제에 참여하거나 지원을 받는 부분도 있어 참석해달라는 요청에 거절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실제 업계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진 적은 많지 않아 차라리 바이어를 한 명이라도 더 만나는 게 낫다"고 토로했다.

요즘 사석에서 만난 중소기업 대표들은 올해가 아니라 당장 내년 경영계획을 어떻게 수립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털어놓는다. 보다 진정성을 갖고 현장의 의견을 경청해 실질적인 애로를 풀어줘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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