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박근혜 대통령 지적한 '영화산업 불공정 거래' 실태는

투자·배급·상영 전과정 장악… 대기업이 영화시장 쥐락펴락

CGV·롯데시네마 등 전체 극장의 81% 차지

시장 키운 긍정적 역할도

지난 5일 서울시내의 한 멀티플렉스 극장에 영화들이 걸려 있다. 멀티플렉스를 운영 중인 대기업들은 막강한 자본을 무기로 국내 영화 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문화시장의 불공정 사례로 '대기업 영화계열사 밀어주기'를 콕 집어 지적한 데는 산업의 양극화를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창의성을 근간으로 하는 영화산업의 장기적 발전 토대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영화관객이 총 2억1,000만명을 돌파하고 편당 1,000만관객을 달성한 한국 영화가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업계 내에서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외국 영화와의 경쟁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 상영된 한국 영화 467편 가운데 상위 9편의 매출 합계는 4,850억원으로 전체(9,099억원)의 53.5%를 차지했다. 상위 2%의 영화가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가져간 것이다. 몇몇 영화가 '대박'의 환호성을 부른 반면 대다수는 '쪽박' 신세를 면치 못했다. 영화업계에서는 국내 대기업 위주의 계열화 영향이 중요한 이유라고 보고 있다. 영화산업을 장악한 일부 대기업이 자신이 투자·배급하는 영화를 밀어주고 나머지는 방치한다는 것이다. 2012년 말 기준 전국 극장 312곳 가운데 CGV는 113개(36.2%), 롯데시네마는 85개(27.2%), 메가박스는 55개(17.6%)로 이 멀티플렉스 체인 3개 업체가 전체 극장의 81.1%를 장악하고 있다.

특정 업체가 영화 하나쯤을 죽이고 살릴 수 있는 권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CJ와 롯데, 그리고 쇼박스(동양) 등 대기업들이 투자, 배급(유통)·상영 등의 3단계 영화 공급 전 과정을 장악하면서 영화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셈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렇게 한국 영화 시장을 과점한 대기업들이 중소 영화제작사 지원용으로 제공되는 정부의 정책자금인 '모태펀드'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모태펀드 가운데 영화 분야에 지원된 금액은 6,001억원이었는 데 이 중 4대 배급사가 투자한 영화에 80%인 4,829억원이 돌아갔다.

이러한 상황에서 잇따른 불공정거래도 나오고 있다. 대기업 극장이 특정 영화를 밀어주기 위해 상영관을 독점하면서 중소 영화는 뒤로 밀려나고 있다. CJ CGV와 롯데시네마는 영화 관련 단체와 함께 '한국 영화 동반성장 이행협약'을 체결, 소규모 다양성 영화라도 최소 1주일 이상의 상영기간을 보장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이는 공염불에 불과했고 수백 건의 개봉 영화를 흥행이 안 된다는 이유로 1주일도 안 돼 조기 종영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투자·배급·상영이 대기업에 독점되면서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제작사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기업 투자에 눈치를 보면서 경비 절감을 이유로 스태프들을 쥐어짜고 있기 때문이다. 스태프에 대한 4대 보험 가입과 초과근무수당 지급 등을 의무화한 표준근로계약서가 2011년 도입됐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있으나 마나 한 제도가 됐다. 제작사 팀장급 스태프의 월평균 수입이 100만원도 안 되는 실정이다.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장은 "현재 한국 영화산업은 대기업 독과점과 수직계열화로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불공정한거래가 마치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물론 대기업이 진출하면서 영화 시장이 커진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다. 대기업이 자본투자에 나서면서 2004년 4,407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영화 시장 매출은 2013년에는 1조5,513억원으로, 10년 사이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일부 부당행위에도 불구하고 이들 대기업의 영화산업 발전 공로를 무시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마치 모든 문제의 원인처럼 인식되는 것은 잘못"이라며 "규제를 늘리기보다는 영화산업 발전을 위한 합의를 찾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설명>

지난 5일 서울시내의 한 멀티플렉스 극장에 영화들이 걸려 있다. 멀티플렉스를 운영 중인 대기업들은 막강한 자본을 무기로 국내 영화 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국내 영화시장 총매출 추이(단위:억원)



2004 4,407

2006 8,924

2008 9,614

2010 11,572

2012 14,551

2013 15,513

*자료:영화진흥위원회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