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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에 각각 2대의 방사선 게이트를 설치하고 17일 오전부터 일본에서 입국한 승객들을 대상으로 방사선 검색을 실시했다.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의 폭발로 방사능 오염 공포가 확산되는데도 정부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부랴부랴 게이트를 설치한 것이다. 문형검사기로 불리는 두 개의 기다란 봉 사이를 입국자가 지나가면 봉 안에 설치된 섬광비례계수기가 반응해 방사선 오염 여부를 가려준다. 3,500카운트(방사선 오염 측정 단위) 정도에 맞춰진 수치가 20%가량 높은 4,000~4,100카운트까지 올라가면 봉 상단에 빨간불이 들어온다. 방사선 오염이 의심되면 별도로 마련된 기기를 이용해 신체 부위별로 오염 정도를 추가 확인하고 심할 경우 원자력병원이나 서울대병원으로 후송한다. 특별기 4대를 비롯해 이날 오전까지 일본에서 들어온 10여대의 항공기 승객 중 250여명이 검사를 받았지만 오염 의심자는 한 명도 발견되지 않았다. 구마모토(熊本)로 출장을 다녀왔다는 송상은씨(33)는 "출장지인 규슈(九州) 지방은 방사선 오염이 안 된 곳이지만 검색을 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권정완 원자력안전기술원 선임연구원은 "원전 사태가 더 악화되면 몰라도 현재까지는 문제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 승객들이 방사선 검색을 하지 않고 그대로 입국 심사대를 통과하고 있어 방사선 오염자가 제대로 걸러지지 않는 상황이다. 방사선 검색이 원하는 승객에게만 실시되고 있는데다 기내방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검색 사실을 모르는 승객도 적지 않았다. 벳부(別府)시에 위치한 리츠메이칸아시아태평양대에 유학하다 일시 귀국했다는 송지영씨(25)는 "공항에서 방사선 검색을 한다는 것을 한국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입국 심사를 마친 뒤 청사 내 방송을 통해 사실을 알고 검색을 요청, 안전기술원 직원이 이동식 장비를 들고 가 입국장 밖에서 검색을 실시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이날 오전에 일본에서 입국한 승객 3,000여명 중 10% 정도만이 방사선 게이트를 거쳤다. 조대형 원자력안전기술원 방사선안전총괄실장은 "방사선 검색이 의무사항이 아니고 자발적으로 하다 보니 많이들 하지 않는다"면서 "홍보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해공항과 제주공항에는 장비 및 인력부족으로 설치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두 공항은 나리타ㆍ하네다ㆍ간사이ㆍ나고야 등 주 13편의 일본 노선을 보유하고 있다. 원자력안전기술원과 원자력의학원에는 각각 4대의 검사장비를 보유하고 있지만 인천공항(4대)과 김포공항(2대)에 이미 6대가 설치되거나 예비용으로 배치됐고 2대는 원자력병원에서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원자력안전기술원 직원들이 방사능 방호에 총동원되다시피 하다 보니 가용할 수 있는 검사 인력도 부족하다. 노재익 교육과학기술부 원자력방재팀장은 "비상진료 지정병원에 요청해 검사 장비를 끌어와야 하는데 쉽지 않다"면서 "김해와 제주공항은 인천ㆍ김포공항의 검색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설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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