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해양위원회는 27일 국토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정부가 지난해 9월 제출했던 주택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민주통합당 의원 등의 반대에 부딪혀 합의 처리되지 못했다.
야당 의원들은 비공개로 진행된 소위에서 "상한제가 폐지될 때마다 예외 없이 집값이 급등했다"며 "거래침체의 원인 역시 분양가상한제가 아니라 아직 집값이 너무 높다는 것"이라고 법안 통과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안 통과를 확신했던 건설ㆍ부동산 업계는 망연자실한 상태다. 박근혜 대통령이 상한제 폐지를 대선공약으로 천명했고 앞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최근 한 강연회에서 "분양가상한제 철폐가 여야 간에 거의 합의됐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전해 국회 통과가 점쳐졌기 때문이다.
특히 개정안에는 보금자리주택의 경우 상한제를 유지하기로 한데다 주택 가격 급등 우려지역에는 국토부 장관이 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까지 마련해놓아 야당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야당의 주장대로라면 거래를 살리기 위해 가뜩이나 떨어진 집값이 더 떨어지도록 방치하거나 하락을 촉진하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일부 정치권에서는 전반적인 거시경제 상황이나 가계부채 문제는 무시하고 '집값'자체에만 집착하는 것 같다"며 "이는 표심을 잡기 위해 경제는 나 몰라라 하는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분양가상한제 폐지법안이 야당의 반대로 무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9년 2월 당시 장광근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발의해 임시국회에 상정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공방이 이어지며 4년째 표류하는 상황이다.
한편 취득세 감면 6개월 연장안을 담은 지방세 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이미 여야 합의로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정부조직 개편법안 때문에 아직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자칫 정부조직 개편을 둘러싼 여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경우 시장의 혼선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지금 상한제가 폐기되더라도 신규 분양가 상승과 연동될 만한 상황이 전혀 아니다"라며 "야당은 가격급등을 우려하는데 현재는 미분양 물량이 팔리지 않아 업계 13위권 건설사도 워크아웃을 진행하는 형국"이라고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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