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노, 혁신위 자체에 의문=당 혁신위는 12일까지 1~3차 혁신안을 발표했다. 혁신위는 주승용·정청래 최고위원의 설전과 문 대표의 범친노 최재성 의원의 사무총장 임명이 당 분란의 주범으로 떠오르자 최고위원제도와 사무총장직 자체를 폐지하는 혁신안을 발표하며 문 대표를 겨냥했다. 특히 혁신위는 사무총장직을 당장 폐지하고 당헌·당규를 즉각 수정해 취임 한 달도 되지 않은 최 사무총장을 자리에서 내려올 것을 주장했다. 또 당원소환제를 입 해 당 대표의 탄핵을 물을 수 있는 제도도 혁신안에 담겼다.
혁신위가 이미 단행된 당 대표의 사무총장 인사를 무마시키며 일부 ‘문재인 저격형’ 혁신안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비노계에서는 혁신안은 물론 혁신위 자체에도 비토를 놓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구성 부분이다. 당초 혁신위는 평가위원회 위원장을 당 대표가 임명한다고 규정했지만 비노가 “의원 평가를 당 대표가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결국 혁신위는 평가위원회 위원 임명을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쳐 당 대표가 임명하는 것으로 혁신안을 수정했다. 하지만 문 대표가 평가위원회 임명권을 혁신위에 이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선출공직자평가위원회 구성에 대한 논란은 다시 재점화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비노 일각에서 혁신위 자체를 ‘친노위원회’로 규정하고 공정성에 의문을 제시하고 있어 의원 물갈이 작업을 진행하는 혁신위가 평가위 수장을 뽑는 것을 납득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혁신위는 비노의 반발 속에서 13일 당무위원회와 20일 중앙위원회에서의 혁신안 통과를 주장하며 “통과가 안 되면 혁신위 보따리를 싸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 문 대표는 이날 열린 김대중 평화 마라톤 6·15 서울대회 개회식에 참석해 “혁신이라는 게 누구에게나 다 고통과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무위나 중앙위에서 받아들여 실천하게 되리라는 것에 대해 낙관할 수는 없다”며 “지금까지 우리 당이 말로만 혁신을 하고 실천을 못했는데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실천할 수 있도록, 함께 하자고 당무위원 및 중앙위원들을 진심을 다해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끊이지 않는 탈당설= 통합을 내건 혁신위가 오히려 문 대표를 향한 비노의 반발을 키우면서 비노 의원들의 탈당설이 끊이지 않고 흘러나오고 있다. 여기에 당을 탈당하고 광주에서 당선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신당 창당 가능성을 내비치는데다 옛 동지인 새정연 의원들과의 접촉을 넓혀가면서 신당 작업을 위한 ‘스카우트’ 작업이라는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박주선 의원은 당 안팎에서 탈당 가능성이 제일 높은 인물로 꼽힌다. 박 의원은 지난 8일 정대철 상임고문, 박준영 전 전남지사, 정균환 전 의원, 박광태 전 광주시장 등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모두 야권 개편을 위한 신당 추진을 주장하는 인사로 분류된다. 이와 관련 박 의원은 언론사 인터뷰에서 “당 혁신이 최우선이다. 혁신이 잘 되면 탈당은 불가능”이라면서 “지역에 가면 왜 새정치연합에 계속 남아있느냐며 탈당을 권유하는 목소리가 많다. 당내 다른 인사들도 (탈당을)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 10~11월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당 관계자는 “박 의원은 최근 야당 몫인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으로 자리에 올랐다”며 “이제 총선까지 당에서 얻을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향후 시나리오는=정치권은 당 혁신위가 혁신안 작업을 완료하고 기초단체장 재보선이 열리는 10월을 야권 분열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기로 전망하고 있다. 혁신위가 문 대표 등 지도부의 공천에 대한 영향력 행사 가능성을 1%라도 남겨 놓는다면 탈당의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박 의원을 비롯한 많은 비노 인사들도 “혁신안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신중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혁신위의 방향도 당 대표의 기득권 내려놓기에서 비노의 탈당을 차단하는 방향으로 무게추가 기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혁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혁신안을 따르지 못하고 탈당하면 ‘아 혁신에 반발해 당을 떠난 사람이구나’ 할 수준의 공정하고 강도 높은 혁신안을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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