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저녁 경매에 나온 절규는 입찰자 7명의 열띤 경쟁 속에 12분 만에 전화응찰자에게 낙찰됐다. 낙찰가격은 구매자의 보험료까지 포함한 것이다. 낙찰자가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앞서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최고액으로 낙찰된 작품은 지난 2010년 5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이뤄진 파블로 피카소의 '누드, 녹색 잎과 상반신(Nude, Green Leaves and Bust)'으로 1억650만달러(1,202억원)에 팔렸다. 이번 경매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침체로 빠져든 뉴욕 미술시장이 전환점을 모색하고 있는 시기에 이뤄졌다는 점, 세계 최고가 신기록을 경신했다는 점에서 전세계 미술애호가와 갤러리스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었다.
뭉크의 '절규'는 인간의 불안심리를 표현한 작품으로, 피처럼 붉은 빛의 하늘 아래서 한 남자가 얼굴을 감싸 쥐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담고 있다. 절규는 주요 4가지 버전이 있으며 이번에 경매에 나온 작품은 가장 색이 화려하고 강렬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번 출품작 외 나머지 3점은 노르웨이의 박물관들이 소장하고 있다. 이 작품은 뭉크의 친구이자 후원자였던 아버지로부터 이 작품을 물려받은 노르웨이 사업가 페테르 올센이 소장해 왔다.
때문에 소더비의 사이먼 쇼 선임 부회장이 "개인이 소유한 작품 가운데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라고 평가할 정도다.
미술평론가 정준모씨는 "뭉크의 '절규'를 새로운 컬렉터가 소장할 수 있는 마지막이자 유일한 기회였기에 경합이 치열할 수 밖에 없었다"며 "이번 낙찰가격이 세계 미술품 경매기록을 경신한 것이지만 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낙찰가 1억5,000만달러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미술시장이 호황이었다면 훨씬 더 높은 가격에 팔릴 수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이 같은 시장상황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추정가(감정가) 8,000만달러(900억원)를 웃도는 가격에 팔렸다. 그 이유는 뭉크의 '절규'가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일종의 아이콘(상징)으로 자리매김 해 굳이 미술전문가가 아니어도 그 이미지를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대표작품이라는 점, 또한 후대의 작가들이 다양한 형태로 이 작품을 차용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영화와 음악, 문학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도 이 작품에서 영감을 얻는 파생작품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런던 출신의 미술자문가인 마이클 프레이엄은 "절규의 이미지는 앤디 워홀부터 할리우드의 만화와 커피잔, 티셔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들이 차용할 정도로 대중문화의 한 요소가 됐다"면서 "모나리자와 함께 미술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널리 알려진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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