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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목림론과 통계


어려서부터 누누이 들어왔던 얘기 중에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말이 있다. 눈앞에 있는 작은 것만 보지 말고 큰 흐름을 읽으라는 의미일 것이다. 오랫동안 국가통계 작성과 관리 업무를 하면서 통계가 '나무와 숲'의 논리와 닮았다는 생각을 해왔다. 평균치로 표현되는 통계는 숲을 보는 데 도움이 되는 도구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오해가 발생한다. 나무를 보는 일을 소홀히 해 현실과 거리감이 있다는 것이다. 숲은 하나하나의 나무가 모여서 된 것이지만 나무의 크기는 각기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물가지수는 정부가 으레 낮춰 발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숫자로 발표되는 물가지수보다 피부로 느끼는 체감지수가 훨씬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가지수는 평균이라는 안경을 쓰고 숲을 보는 것인데 반해 일반국민들은 자신이 구입하는 물품과 서비스의 가격변동만을 갖고 물가 수준을 가늠하는 데 오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오해가 있다고 원망만 할 수는 없다. 통계청이 물가지수와 더불어 생활물가지수와 신선식품지수 등 보조지표를 활용하는 것은 숲과 더불어 나무를 함께 보는 것을 통해 물가통계와 소비자의 체감물가 사이의 괴리를 줄이고 국민들의 오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다. 또한 5년마다 물가지수를 개편하면서 품목과 가중치를 조정하는 것도 숲 속에 있는 나무의 생로병사, 수종의 변화 등을 반영해 숲의 모양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통계는 조사목적과 방법, 표본 등에 따라 제약이 있다. 그러나 정작 통계를 이용할 때 이러한 제약조건과 한계를 따져가며 생각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또한 통계를 인용하기만 하면 저절로 객관성을 갖는 것처럼 착각하는 일종의 통계만능주의도 문제다. 정확한 통계의 작성도 중요하지만 통계를 바르게 읽고 쓸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한 것이다.

"너는 숲만 보느냐, 그 숲의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썩어가고 있는 것은 안 보이냐 말이다" 얼마 전 막을 내린 TV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세종대왕이 신하인 정인지에게 한 말이지만 통계를 다루는 모든 사람들에게 하신 말씀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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