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는 지난 1일 오전 10시30분부터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제19차 본교섭을 열고 36시간 동안 정회와 속행, 실무협상을 번갈아 가며 2일 오후 11시까지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통상임금 문제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회사는 이날 ‘교섭 종료 후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위한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를 확대·신설하고, 2015년 3월 31일까지 적용 시점을 포함한 개선·시행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소송 결과를 보자’는 입장에서 상당히 물러 선 안이다.
회사가 통상임금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 되는 복잡한 수당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중장기적인 임금체계 개선을 함께하기로 제안했지만, 노조 내 일부 강경파가 ‘통상임금 확대 적용’ 원칙을 고수했다.
강경파에 속한 해고자 2명에 대한 복직 요구를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오후 10시께 노사 간 잠정합의 분위기가 무르익자 노조 내 일부 사업부 대표들은 다수 대의원을 교섭장 앞으로 불러 모아 노동가를 부르며 집행부를 압박했다. 이후 교섭장 봉쇄에 준하는 실력행사를 하기도 했다.
이날 금속노조 게시판에 ‘교섭중단’이란 작성자는 “각 현장조직을 대변하는 사업부 대표들은 처음부터 무조건적인 확대된 통상임금 적용을 요구하며 집행부의 실무교섭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여차하면 교섭장을 퇴장하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하게 표명하며 집행부를 압박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노조 대표인 이경훈 지부장은 오후 11시10분께 협상장 앞에서 “여러분들이 이러고 있어 합의를 진행할 수가 없다. 현장이 정리될 때까지 잠정 교섭을 중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3일 쟁대위 속보를 통해 “4만7천 조합원의 바램을 무시한 채 일부 조직의 담합에 의한 억지주장이 도를 지나치고 있다”며 “지부장으로서 착잡하기 짝이 없기에 교섭보다 먼저 노동조합을 추스리겠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 역시 “교섭을 중단한 이유는 교섭 중에 각 사업장 대표들이 조합원들에게 카톡과 문자 등을 보내 교섭장 앞으로 집결시키는 등 방해하는 분위기 때문”이라며 노노 갈등을 인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잠정안 마련을 목전에 두고 노측 교섭위원조차 인정할 정도로 격심한 노노 갈등 때문에 결론을 짓지 못한 데 대해 심한 허탈감과 유감을 금할 수 없다”며 “노사 교섭단이 석 달 동안 심혈을 기울여 협상을 마무리 지을 단계에 일부 제조직들이 잠정합의를 저지하기 위해 교섭장 앞에서 집단시위를 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한 행위다”고 강조했다.
최종 임금 인상안 제시도 통상임금에 막혀 나오지 못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2일부터 모든 잔업을 거부했으며, 각각 2차례의 부분파업과 특근 거부로 1만4,800여대의 차를 생산하지 못해 3,400여억원의 매출손실이 발생했다.
한편 현대중공업 노조도 3일 중노위에 쟁의조정 신청을 하며 추석 후 파업을 예고했다. 지난 2일 울산 본사에서 임금 및 단체협상 조합원 보고대회를 열었으며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쟁대위 예산을 심의하는 등 구체적인 파업 수순에 들어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