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히 알려진 내용들이다. 최소한의 회계준칙도 없이 운영하다 각종 비리로 적발된 어린이집이 어디 한두 곳인가. 공짜다 보니 너도나도 집에서 키우던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려는 통에 정작 보살핌이 필요한 취약계층이 소외되는 부작용도 드러난 바 있다.
그럼에도 눈길을 끄는 것은 이번 보고서가 앞으로 닥칠 복지정책의 오류와 부작용을 미리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국가가 보육을 책임지는 이유는 취약계층 지원도 있지만 이보다는 일과 가정을 함께 챙기는 여성 취업률을 끌어올리려는 데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0∼2세 자녀를 둔 여성의 취업률(33.2%)이 보육시설 이용률(48.7%)보다 낮은 거의 유일한 국가라는 KDI의 지적은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혈세를 투입하고도 소기의 정책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나랏돈을 허투루 쓰는 꼴이 아니고 뭔가. 무상보육처럼 정치논리에 편승한 복지정책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기초연금부터 반값등록금과 4대 중증질환 국가부담에 이르기까지 무상 시리즈는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복지확대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된다. 하지만 한번 지출이 시작되면 어지간해서는 되돌릴 수 없는 게 복지다. 다른 어떤 정책보다 시행 이전에 제대로 설계해야 한다. 복지확대는 앞으로 세금을 더 내라는 예고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