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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브레턴우즈 70년과 동북아 새판짜기

미국 경제패권 흔들리면서 강대국 주도권 경쟁 불붙어

정부 주변국 협력구상 주도하고 선제적 외교역량 발휘해야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4년 7월1일. 미국 뉴햄프셔의 휴양지 브레턴우즈에 미국과 영국·중국 등 44개국 연합국 대표들이 모여들었다. 전후 혼란을 딛고 새로운 세계 경제질서를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다. 회의에서는 미국 달러(금 1온스당 35달러)를 기준으로 각국의 통화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달러 기축통화 시대를 선포했고 이를 위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을 창설하기로 합의했다. 바야흐로 100년간 이어졌던 대영제국시대가 저물고 미국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70년이 흐른 2014년 7월1일. 일본의 아베 신조 내각은 임시각의를 열어 총리의 자의적인 헌법 해석이라는 카드까지 동원하며 집단적 자위권을 공식 채택했다. 일본이 공격당했을 뿐만 아니라 밀접한 다른 나라가 무력 공격을 당했을 때에도 일정 요건만 충족하면 무력행사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로 오히려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의 입장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나 국무부·국방부 등은 앞다퉈 나서 일본의 정당한 권리 행사라며 일본의 군사 대국화를 용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사실 일본이 주변국의 반발을 무릅쓰고 군사 재무장에 나선 배경에는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가 무너진 탓이 크다고 보여 진다. 세계는 지금 약 70년간 이어졌던 미국 중심의 경제권역을 벗어나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는 격변기에 놓여 있다.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무섭게 팽창하고 있는 중국의 경제력이다. 세계 최대의 달러 보유국인 중국은 금융위기 이후 흔들리는 미국의 위상에 맞서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고 있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2008년에는 미국과 영국·프랑스 3국 정상이 미국 중심의 새로운 브레턴우즈체제를 추진했다가 중국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미국은 이런 중국을 견제하면서 동북아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일본의 힘을 빌리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동북아 군비경쟁이 불붙으면 중국의 과도한 군사비 지출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취약한 중국 경제에도 상당한 부담을 안길 것이라는 계산이다.



우리는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일련의 정세 변화를 지켜보면서 과거 구한말 시대의 혼란스러웠던 역사를 떠올리게 된다. 미국은 1905년에도 일본과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맺고 조선과 필리핀의 식민지배를 맞바꾼 이력을 갖고 있다. 당시 중국 시장에만 눈독을 들였던 미국으로선 조선을 일본에 양보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랬던 미국이 힘이 빠지다 보니 다시 일본의 힘에 의존해 강대국의 명맥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다. 지금 동북아 정세는 전후 이어져 온 70년 체제가 대전환기에 접어들면서 새판짜기에 들어섰다고 봐야 한다. 미국이 주도해온 팽팽한 세력균형이 흔들리면서 미국과 중국·일본 등 주변 강국들 간 새로운 역학관계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이처럼 급박한 상황에서 정부는 동북아 평화협력 프로세스를 주도하겠다는 구상만 내놓은 채 강대국의 움직임만 지켜보며 정세 변화를 관망하고 있을 뿐이다. 미국의 입장을 의식해 일본의 군사 대국화가 한반도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애써 평가절하하고 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3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을 국빈방문한다. 한중 양국 간에는 자유무역협정(FTA) 등 숱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지만 북한 핵 문제에 발목이 잡힌 우리로서는 시 주석의 호의만 잔뜩 기대하고 있다니 답답할 뿐이다. 지금처럼 강대국들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능동적이고 선제적인 외교역량의 발휘가 절실한 때다. ss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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