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세 무상보육에 대한 국가보조 확대방안이 3월 국회에서 사실상 처리가 불발되면서 "정치권이 생색만 내고 뒷수습은 '나 몰라라'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총ㆍ대선에서 여야는 공약으로 무상보육 대상을 확대해놓고 실제 부담을 떠안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고갈 문제에 대해서는 뒷짐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지자체에서 무상보육 중단 선언까지 한 마당에 관련 법안 처리가 계속 미뤄지면서 보육 대란 사태가 재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9일 정부 및 국회, 지자체 등에 따르면 '0~5세 무상 보육'으로 올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책정된 예산은 3조6,157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예산 2조1,818억원 대비 무려 65.7%(1조4,339억원)가 늘었다. 지난해까지 소득하위 15% 가정의 0~2세, 소득하위 70% 가정의 3~4세 자녀 등에게만 제한적으로 제공되던 보육료 및 양육수당이 올해부터 0~5세 전체 영ㆍ유아에게 확대했기 때문이다.
반면 올해 지방비 부담 증가액(1조4,339억원) 가운데 국비 지원은 3,607억원(특별 교부세 2,000억원은 별도)에 그쳤다. 지난해 대비 올해 지자체가 추가 부담해야 하는 액수만 1조732억원에 이르는 것이다.
지자체 반발이 극심해지면서 국회는 전체 무상보육 비용 가운데 50%(서울은 20%)에 그치고 있는 국고 보조금 비율을 70%(서울은 40%)로 늘리는 법률안을 내놔 지난해 11월 소관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간 후 4개월째 계류하면서 3월 국회에서의 처리도 무산되기에 이른 것이다.
해당 법안 처리에 반대하고 있는 정부ㆍ여당은 다른 복지 예산과의 종합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법사위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1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영ㆍ유아 보육법에서 국고 지원을 늘리는 문제는 기초노령연금 등 복지예산이 들어가는 다른 법안과 함께 손질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정부와 지자체 간 예산조율을 개별 사안별로 처리하면 누더기가 된다"고 말했다.
반면 지자체 측은 올해 늘어나는 재정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극도의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서울 서초구는 최근 "무상보육 관련 예산이 부족해 이르면 5월부터 영ㆍ유아 양육수당을 지급할 수 없다"며 지급 중단을 선언했다.
한 지방단체 관계자는 "지난해 여야가 관련법을 복지위에서 통과시키면서 일부 지자체는 올해부터 국고보조금이 늘어날 것을 기대하고 이에 맞춰 올해 예산을 편성했다"며 "법안 처리가 지연될수록 재정 고갈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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