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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인 마구잡이식 국감호출 도를 넘었다

오는 14일부터 20일간 실시되는 국정감사에 여야 정치권이 민간기업인들을 대거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신청했다. 국회가 국감기간에 민간기업인을 불러내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올해는 도를 넘고 있다. 각 상임위원회마다 마치 경쟁이라도 벌이는 듯한 모습을 보자면 국정감사가 아니라 기업감사라는 착각마저 든다.

정무위가 채택한 일반증인 63명 가운데 재계인사는 59명에 이른다. 산업통상자원위는 경제단체 대표까지 포함해 기업인 72명을 잠정 확정했다. 국토교통위와 환경노동위ㆍ미래창조과학위도 사정은 다를 바 없다. 이런 추세라면 국회출석이 채택된 기업인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의 145명을 훨씬 넘을 것으로 보인다.

국정감사는 입법권과 더불어 국회의 양대 기능이지만 어디까지나 행정부 견제를 위한 정책감사가 본령이다. 그렇다면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행정부처와 공공기관의 수장을 대상으로 삼고 재계인사의 출석 요구는 극히 예외적인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것도 정책감사의 보조수단이어야 당위성과 정당성이 확보된다. 그런데도 각 상임위원회가 사실관계도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론재판식으로 출석을 경쟁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국회의 횡포이자 권한남용이다.



그동안 국회의 추태를 본다면 재계인사의 국감호출이 정책감사의 연장선이라고 간주하기도 어렵다. 지난해 정무위 국감에서는 기업인들을 하루 종일 국회에 앉혀놓고 단 한마디의 질문조차 없이 넘어간 경우가 수두룩했다. 기껏 한 일이라고는 기업인을 호통치고 망신 준 게 고작이다. 해당 기업이 입을 대외적 이미지 타격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작태였다.

재계인사를 마구잡이식으로 국회에 불러내는 것은 기업인 벌주기와 다름이 없다. 무슨 꿍꿍이속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받을 수 있다. 이제라도 무턱대고 출석을 요구하는 구태에서 벗어나 정책감사를 위한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출석인사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정치 불신을 넘어 정치 혐오감을 키울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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