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목요일 아침에] 위안부와 한일군사협정

군사 교류가 되레 안보 위협<br>中자극, 군비경쟁 촉발 우려<br>국민의 여론부터 받들어야<br>협상 지렛대로 활용, 아쉬워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일본의 극우 인사가 한국 경찰이 보는 앞에서 버젓이 위안부소녀상에 대한 테러를 저지르고 국무회의는 몰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안을 통과시켰다. 두 사건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단어가 떠오른다. 친일(親日).

일본과의 군사정보 교류는 결코 서둘 일이 아니다. 정부는 협정을 통해 양질의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부분적으로만 사실이다. 일본은 첩보위성과 조기경보기, 이지스 구축함 등 우리보다 몇 단계 앞서는 정보획득 인프라를 갖고 있지만 그들이 우리가 원하는 고급정보를 순순히 제공할까. 단순한 군사동맹을 넘어 혈맹관계를 60년 이상 유지하고 있는 미국조차 한국에 제공하는 정보는 낮은 수준에 머물 뿐이다.

일본과 군사정보 교류는 절실하지 않다. 현행 한미일삼각동맹하에서도 이미 간접군사동맹으로 묶여 있다.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는 정부의 설명도 설득력이 약하다. 일본과 군사 교류를 추진하지 않았던 박정희ㆍ전두환 대통령은 현 정권보다 안보 의식이 떨어진다는 말인가.

더욱 걱정되는 대목은 정부가 정보 교류뿐 아니라 군수지원협정까지 고려했다는 점이다. 일단 군사정보 교류협정이 맺어지면 다음 수순은 군수지원으로 이어진다는 얘기가 된다. 정부는 한일군사동맹의 가능성을 부인하지만 군사협정 체결이 잇따른다는 사실 자체가 군사동맹으로 가는 과정이다.

일본과 군사교류를 추진하는 정부의 입장도 일면 이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권고를 외면하기 어렵다. 경제난 속에서 군비는 줄이면서도 주요 지역에서 영향력은 그대로 유지하려는 미국이 동북아에서 미국이 맡아온 일정 부분을 일본이 대체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될 수 있으면 혈맹이며 한미일삼각동맹의 주축인 미국의 입장을 헤아려줘야겠지만 한국과 일본의 군사교류 확대는 위험하다. 크게 세 가지 점에서 그렇다.

첫째 중국과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 한국의 최대 교역파트너인 중국이 동북아 지역의 정세변화를 야기할 한일군사 교류에 수수방관할 리 만무하다. 군비를 더욱 확충하거나 북한과 동맹관계를 강화하는 빌미로 삼을 수 있다. 북한은 북한대로 핵무기 개발에 더욱 매달릴 게 분명하다. 두 번째로 일본 자체의 재무장 가속화가 우려된다. 경제는 물론 군사적으로도 강한 일본은 한국에게 축복일까, 재앙일까. 역사는 후자라고 말한다. 세 번째로 지상군이 비대한 한국군의 기형적 구조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 한국의 상대적인 취약 분야인 해군력과 공군력 증강은 동맹 구도하에서 중복투자로 지적 받으며 막힐 가능성이 크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처지에서 해상교통로의 안전을 남에게 의존하는 구조는 안보위기와 다름 아니다.



본질적으로 일본을 군사협력의 파트너로 인정할 수 있느냐는 문제도 여전하다. 동맹은 상호이익과 신뢰가 바탕이다. 일본의 하는 짓을 보자. 신뢰는커녕 불신과 혐오의 대상이다.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기고 위안부를 '매춘부'라고 강변하며 난징(南京) 대학살마저 중국 측의 조작이라고 목청을 높이는 한 일본은 동맹의 상대역으로 부적절하다.

2차 대전 패전에서 완전히 벗어나 '보통국가'로의 부활과 동북아 지역 내 영향력 증대를 꿈꾸는 일본은 필요하다면 어떤 짓이든 할 수 있는 나라다. 미군에게 항복한 일본 정부가 행한 최초의 국책사업이 미군 병사를 상대로 하는 전국적인 매춘조직 결성과 운영이었다는 점은 목적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나라, 일본을 설명해주는 단면이다.

일본과의 군사교류가 꼭 필요하다고 치더라도 몰래 국무회의를 열어 안건을 처리해버리는 정부의 행태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국가의 안위가 걸린 문제를 야반도주하듯 처리할 수는 없다. 국민의 의사를 묻고 설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그게 민주주의이고 책임 있는 정권의 자세다.

한일군사교류는 우리보다 일본이 급하고 일본보다 미국이 급한 사안이다. 여론의 반대를 들어 일본 또는 미국과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해 반대급부를 얻을 수 있는 길을 정부 스스로 차 버린 꼴이다. 남녀간 연애도 '밀땅(밀고당기기)'을 하는데 정부는 미래를 결정한 중대사안을 도둑처럼 처리하고 말았다. 무엇에 쫓겼는지 도무지 그 속을 측량할 길이 없다. 이러고도 국격(國格) 운운할 자격이 있는가. 정녕 친일인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