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이 오랜 기간의 침체를 깨고 기지개를 켜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 기업은 2008년 경제위기 이후 국내외 경제위축과 엔고로 고전해왔다. 그렇지만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기의 회복과 함께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일본 경제가 다시 회복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재무성의 법인기업통계에 의하면 금융위기 이후 낮은 매출액 경상이익률을 보이던 일본 기업이 2013년 4.2%, 2014년 5.0%를 나타냈고 제조 기업도 2013년 5.5%, 2014년 6.1%로 2005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제조업 투자증가율도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4.9%를 나타냈다. 기업매출은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냈다.
엔저·구조조정 성과로 수익성 개선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배경으로 두 가지가 꼽히고 있다.
첫째는 엔화 약세다. 일본 기업들은 예상했던 수준보다 대폭 엔화가 절하되면서 수출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높은 이익을 보이고 있다. 개별 대기업의 이익이 크게 증가했지만 여전히 일본 기업들은 조심스럽고 보수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직 외형확대보다 수익성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식시장과 외국인투자가들이 중시하는 이익창출 능력을 높여 우선 해외자금을 유치하고 주가를 상승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둘째로 개별 기업별로 진행된 구조조정이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또 산업경쟁력강화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넘으면서 규제개혁, 중소기업 창업지원, 사업재편 등의 운영실적이 가시화되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과 히타치제작소의 화력발전 분야 통합으로 기술·판로 측면의 시너지 창출은 물론 글로벌 경쟁력이 회복되고 있다. 소니는 저수익 PC사업을 매각하고 과거 10년간 적자를 낸 TV사업을 분사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산업경쟁력강화법 적용으로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수행해 2014년 회계연도에 많은 순익을 달성했다.
이처럼 일본 기업이 엔저·구조조정 등으로 수익성 측면에서 회복 기조를 나타내고 있지만 이런 추세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제조업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회복세가 아직은 지방이나 중소기업까지 확산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근거한다.
그렇지만 민간 소비가 다소 늘어나고 있고 구조조정 효과가 가시화되고 또 일본 기업들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본 기업들이 경쟁력을 회복하면서 경쟁 관계에 있는 국내 기업들의 앞날이 걱정된다. 엔저가 장기화하고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일본 기업들이 공격적 전략으로 나설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또 이미 우리 기업들은 매출성장이나 수익성 측면에서 중국과 일본에 비해 성장세가 둔화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한국 기업 경쟁력 높일 제도개편 절실
전통적으로 일본 기업이 강한 경쟁력을 보인 자동차·기계·화학, 전기·전자 등 부문에서는 앞으로 일본 기업들이 외형확대 전략을 선택할 경우 국내 기업들의 매출성장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미 기계·철강금속·운송장비 등 일본 기업과 수출경합도가 높은 업종과 창원 등 이들을 생산하는 지역의 기업에 큰 타격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축적·수익축적으로 더욱 강해진 일본 기업을 이겨내기 위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대안이 필요하다. 사업구조재편 노력을 통해 기업경쟁력 향상을 도모하는 기업들의 자구노력을 뒷받침할 원샷법 등 제도개편 작업을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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