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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금융그룹 前회장 고문직 제동

금융그룹 회장들이 물러난 뒤 고문직을 하면서 금융권을 좌지우지하는 관행에 대해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금융그룹 회장 선임 절차에 대해서도 공정성을 유지하도록 지도에 나섰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이 하나금융에서 완전히 떠나겠다는 의사를 언론 등에 내비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2년 계약으로 고문직을 맡았으나 최근 고액의 고문료 논란 등을 고려해 조기 사퇴 의사를 간접적으로 밝혔다. 하나금융은 금융감독원 검사 도중 고문직을 그만두는 것은 오해 소지가 있어 계약 만료인 내년 3월에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김 전 회장이 하나금융에서 손을 뗀다면 고문직을 현 시점에서 그만둬야 하며 하나고 재단 이사장 자리도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반 대기업의 경우 최고경영자 퇴직 후 6개월에서 1년 정도 고문 대우를 해주는 것과 비교해도 김 전 회장처럼 2년간 고문을 한다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김승유 전 회장이 하나금융에서 손을 뗀다는 내용을 봤더니 고문직도 계약 만료 때까지 유지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무엇이 조기 사퇴인지 모르겠다”면서 “본인이 강한 의지가 있다면 고문직에서 당장 물러나는 게 맞다”고 밝혔다.

그는 “하나은행 본점 고문실에서 나와 하나고 재단 이사장실로 옮기는 것도 문제가 많다”면서 “하나금융과 인연을 끊겠다면 하나고 이사장도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김 전 회장의 거취에 대해 “개인이 결정할 문제”라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하나은행 종합검사에서 제기된 김 전 회장의 미술품과 고문료 의혹 등 사안을 원리원칙에 따라 세밀하게 들여다볼 계획이다.

하나은행이 4,000여점의 미술품을 임직원 출신이 관계자로 있는 회사를 통해 샀는데 구매 자금이 김 전 회장과 관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측은 미술품 4,000여점 가운데 해당 회사를 통해 산 미술품은 50여점에 불과하며 나머지 가운데 상당수는 보람·서울은행 등을 합병하면서 보관하게 된 미술품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이 하나금융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4억∼5억원씩 고문료를 받는 것도 적절한지에 대해 당국은 검사를 하고 있다.

현재 4대 금융그룹에서 고문 직책이 있는 곳은 하나금융이 유일하다. 우리금융이나 신한금융, KB금융도 고문이나 경영 자문역이 없다.

그러나 신한금융은 한동우 회장이 연임을 시도하는 가운데 ‘신한 사태’의 장본인인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사장이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의 경우 어윤대 전 회장처럼 수십억원의 스톡그랜트(주식성과급)를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퇴직한 최고경영자가 자기 ‘라인’을 심어두고 뒤에서 좌지우지하는 관행이 부실과 비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면서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사의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그런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신한금융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 대해서도 불공정 시비가 일지 않도록 문제 소지를 없애도록 요청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한금융 회장 선출 방식을 놓고 언론 등에서 많은 지적이 있어 불합리한 부분은 고쳐야 할 것 같다고 신한금융에 언질을 준 바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은 퇴직 2년 이상이 된 사람은 ‘외부인사’로 분류하는 회장 추천 규정을 고쳤다. 이에 따라 3∼4년 전 신한금융 계열사 사장 등을 지낸 사람도 똑같이 ‘내부인사’에 포함돼 한동우 회장 등과 경쟁할 수 있게 됐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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