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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보고 엑소(EXO) 팬이 됐어요. 그렇지만 오늘 엑소가 안 나와도 상관없어요. 이제 케이팝(K-POP) 자체를 좋아하니까요. 유튜브로만 공연을 보다가 실제 콘서트를 보게 되니까 정말 흥분돼요."(미국 여대생 낸시 트랜드)
지난 1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스의 'LA스테이플스 센터' 앞. 오전부터 늘어섰던 줄이 오후가 되자 끝이 안 보일 정도로 길어졌다. 피자 등을 먹으며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도 눈에 띄게 많았다. CJ E&M이 주관하는 'KCON 2015 USA' 행사 가운데 하나인 엠카운트다운 콘서트를 기다리는 팬들이다. 여기서 만난 여대생 트랜드도 1시간을 넘게 서 있었지만 지친 기색이 없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신이 나는 듯 보였다. 그 동안 유튜브 등 온라인으로만 보던 가수들을 오프라인으로 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트랜드처럼 KCON 콘서트를 찾은 미국인 한류 팬이 상당했다. 미국은 일본·중국·동남아시아와 달리 거리로 보나 문화적으로 보나 한국과는 상당히 멀다. 그럼에도 팬들이 늘어날 수 있었던 건 인터넷과 모바일 등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 덕분이다. 지난 2012년 유튜브 동영상 하나로 세계적 스타가 된 싸이처럼 K팝 스타들은 인터넷을 통해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이날 공연에 참여한 아이돌 그룹 '몬스타X'도 인터넷을 통해 한국보다 미국에서 더 인기를 얻었다. 공연장에 들어서자 1만5,000석의 자리는 빼곡히 찼고, 엄청난 환호성과 야광 봉이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유튜브 등 인터넷을 통해 한류를 접하고 K팝을 접한 팬들이 대부분이다.
미국 현장에서 느낀 인터넷 한류의 힘은 생각보다 훨씬 막강했다. 한류가 달리는 ICT 위에 올라타 세계로 뻗어 나간 셈이다. 특히 K팝 등 특정 장르에 그치지 않고 한국 문화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빠르게 확산 되는 추세다. LA에서 비행기로 3시간 가량 걸리는 텍사스에서 콘서트장을 찾은 20대 여성 주디 라라는 "2년 전부터 한국 드라마에 빠졌고, 그러다 K팝 팬이 됐다"고 소개했다.
문화콘텐츠 기업들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ICT에 올라탄 한류를 활용해 다양한 수익사업을 펼쳐나가는 중이다. 이날 공연을 주관한 CJ E&M은 2012년부터 4년째 LA에서 엠카운트다운 콘서트를 열고 있다. 첫해와 둘째 해는 하루씩만 진행하던 콘서트를 지난해부터 2회로 늘렸고, 장소도 LA에서 도쿄·뉴욕으로 확대했다. 김성수 CJ E&M 대표는 "지금 당장 K팝 공연으로 큰 수익을 내는 건 아니지만, 일단은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며 "조만간 한류 문화가 더 강해지면 수익도 커질 것"으로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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